연쇄 정상회담 시진핑과 마무리
대북제재 中 역할에 감사 표시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전한 메시지 중 눈길을 끈 것은 ‘무신불립(無信不立ㆍ신뢰 없이 존립할 수 없다)’과 ‘감사’였다. 북핵 문제로 인한 작은 균열을 봉합하고 신뢰를 회복하자는 주문이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도출에 힘을 모은 중국의 ‘체면’을 살려준 예우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오찬을 함께 했을 때 메뉴 판에 적혀 있던 ‘무신불립’ 문구가 기억 난다”고 환기하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이끌어가는 기본정신은 상호 존중과 신뢰”라고 강조했다. 무신불립은 시 주석이 2014년 한국을 찾았을 때도 언론 기고에서 양국 간 신뢰를 강조하면서 사용해 두 정상의 각별한 관계를 상징하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또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북한 압박을 위한 190분 간의 정상 외교를 벌였다. 박 대통령은 한미(15분) 한미일(75분) 한일(20분) 한중(80분) 정상회담을 연달아 열었고, 회담 네 건을 모두 마치기까지 약 8시간이 걸렸다. 한국시간으로 31일 밤 11시3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시작으로 해, 마지막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마쳤을 때는 1일 새벽 7시를 훨씬 넘긴 시각이었다.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1시간보다 길어져 80분 간 진행된 것을 두고 ‘양국 관계의 청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이 하루 만에 주요국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각국과 관계가 견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은 이틀 일정으로 이날 워싱턴에서 개막한 핵안보정상회의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열린 업무 만찬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한반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저의 생각은 확고하다”며 국제사회에 강경한 의지를 내보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업무 만찬에는 여권의 잠재적 대권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지만, 박 대통령과 조우했는지 여부를 청와대는 확인하지 않았다.
워싱턴=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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