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해도 별 효과 없을 것” 회의론도 고개
4ㆍ13 총선 투표용지 인쇄(4일)를 앞두고 속도를 내는 듯하던 야권의 후보 단일화 작업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단일화 논의’, ‘단일화 제안’ 선거구는 늘고 있지만, 단일 후보를 확정한 선거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각 후보들이 자신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이냐’하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강서병에 출마한 한정애 더민주 후보와 김성호 국민의당 후보는 1일 오후 국회에서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전날 심야까지 회의를 갖고 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했으나 양측이 이날 오전 여론조사에서 정당 이름을 표기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려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회견장에 홀로 나타난 한 후보는 “시간이 없다”며 김 후보 측에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양측은 협의를 계속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대를 모았던 서울 지역 첫 야권 후보 단일화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 노원갑의 고용민 더민주 후보가 이영남 국민의당 후보에게 연대를 제의했고, 전북 군산의 김윤태 후보가 조준호 정의당ㆍ함운경 무소속 후보에게, 전남 목포의 조상기 더민주 후보는 유선호 무소속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로써 이날 현재 더민주 후보가 야권연대를 제안한 선거구는 19곳으로 늘었다.
기존의 단일화 논의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선 은평을, 동작을에 이어 관악을도 더민주와 국민의당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새로 시작됐으며, 경북 경주, 인천 연수을 선거구도 후보 단일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단일화 논의가 진행중인 선거구는 9곳이다.
더민주는 후보 단일화를 최대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다른 목소리도 변수다. 더민주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단일화 하지 않으면 완패할 것이라던 기존 분석결과와 달리 ‘충분히 해 볼만 하다’는 결과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단일화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더민주는 국민의당 지지층에 대한 분석 결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더민주 후보로 단일화 하더라도 국민의당 후보 지지자들은 상당수는 투표를 아예 포기하거나 투표장에 가더라도 더민주 단일 후보가 아닌 새누리당 후보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경제실정 심판이 후보 단일화 이슈에 밀리고 있다”며 “차라리 선거운동에 더 집중해 새누리당 대 더민주 양강 구도를 만드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당은 더민주와 정의당이 후보 단일화 합의 뒤 ‘야권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키로 한 것과 관련, 중앙선관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재요청했다. 앞서 선관위는 더민주의 의뢰에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고 회신했으나, 인천지법은 이날 ‘야권 단일후보’ 명칭에 대해 제기된 인쇄물 철거 및 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박진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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