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인종 장벽을 허문 재키 로빈슨(1919~72)이 데뷔 시절 받았던 인종 차별 모독을 69년 만에 사과 받았다.
로빈슨은 1947년 4월 15일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에서 흑인 최초로 메이저리거그에 데뷔했던 역사적인 주인공이다. 하지만 데뷔 당시만 해도 첫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갔을 때 최악의 인종 차별 공격을 받았다. 당시 필라델피아 감독이었던 벤 채프먼은 일부 선수들과 함께 로빈슨에게 “면 농장으로 돌아가라”, “흑인아, 정글이 너를 기다린다” 등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이런 모습은 2013년 로빈슨의 전기 영화에서 재현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시의회는 이 잘못을 뉘우치고 1일(한국시간) 공식 사과를 결의했다고 폭스스포츠가 보도했다. 결의안을 주도한 필라델피아 시의원 헬렌 짐은 “필라델피아는 그(로빈슨)가 인종차별로 가장 크게 실망한 장소 중의 하나”라며 “시의회가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사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필라델피아 시의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사과 결의안에서 “시의회는 2016년 4월 15일을 재키 로빈슨이 일생일대 업적을 이룬 날로 인정하고, 존경하며 축하한다. 그리고 그가 선수로서 필라델피아에 왔을 때 겪은 인종차별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이 결의안을 로빈슨의 부인 레이철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오른손 타자 로빈슨은 데뷔 첫해에 타율 0.297, 도루 29개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고 1949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와 타격왕(타율 0.342)에도 올랐다. 이후 팀이 월드시리즈에 6회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통산 타율은 0.311, 안타 1,518개, 홈런 137개를 쏘아 올렸고 1956년 은퇴했다. 이후 1962년 흑인선수론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메이저리그는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을 모든 팀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했고, 매년 4월 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성환희 기자 hh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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