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檢 녹음파일 증거 채택
홍준표 측 “시기 따져 봐야” 반박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줬다”는 육성발언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윤 전 부사장은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이 재생한 이 녹음 파일에서 고인은 “윤승모에게 1억원을 준 것은 2011년, 2011년에 준 것이다”라고 했다. 이 녹음파일은 지난해 3월 18일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당하자 성 전 회장이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 등과 대책회의를 하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파일을 토대로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을 통해 돈을 받은 시점을 2011년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녹음파일을 두고 “성 전 회장이 횡령에 대해 회사 안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3월 30일에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성 전 회장은 2011년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을 준 것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녹음파일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 전 부사장은 “2011년 고인이 ‘내가 준비해놓은 거 갖고 들어오라’고 지시해 경남기업 비서실 안에 있는 응접실에서 윤 전 부사장에게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성 전 회장이 평소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씩 전달했으며 1,000만∼2,000만원 정도는 편지봉투에, 5,000만원 이상은 맞는 과자 상자에 포장했다고 진술했다.
또 성 전 회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이유에 대해서는 “고인이 당초 모든 걸 책임진다고 했었는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내가 살아있으면 너도 살려줄 수 있다’며 저에게 책임지라고 해 녹음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한 전 부사장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했기 때문에 사실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 측 변호인은 “한 전 부사장은 윤 전 부사장에게 돈을 준 게 언제인지 정확하게 모른다고 진술했고 검찰 조사에서도 전달 시기가 여러 차례 바뀌었다”며 “검찰이 말한 그 시기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고인이 건넨 돈을 전달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윤 전 부사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박지연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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