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여름부터 미국 수도 워싱턴 시내 교통이 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전망이다. 개통 40년이 넘고 노후화하는 바람에 연일 불통ㆍ지연 사고가 잇따르는 도시 지하철(메트로)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전 구간을 6개월 동안 폐쇄하고 대대적 보수 작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폴 위드필드 사장 등 메트로 경영진은 이날 워싱턴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40년 전에 얻은 ‘세계 최고 지하철’ 명성을 되찾으려면 6개월간 전 구간을 폐쇄해야 하며, 이후에도 매년 10억달러의 유지ㆍ보수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6개 노선(91개역), 총 연장 189㎞에 달하는 메트로는 연간 수송인원이 3억명에 달할 정도로 워싱턴 대중 교통의 핵심이지만, 적자 누적에 따른 유지ㆍ보수 실패로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지연ㆍ불통 사고가 하루에도 서너 차례 발생하고 있다. 위드필드 사장은 “지금까지는 차량 운행이 멈춘 야간(3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정비작업을 벌였으나, 더 이상 응급 대책으로는 전체 시스템 가동이 불가능한 지경에 빠졌다”며 “일시적 혼란이 벌어지더라도 전 구간을 폐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폐쇄 여부를 포함한 최종 결정을 6주일 내에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르면 5월말이나 6월초부터 워싱턴이 지하철 없는 도시가 된다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메트로가 폐쇄될 경우 지금도 가뜩이나 붐비는 워싱턴 시내 교통이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그동안 메트로의 잦은 고장에 불편을 겪었던 때문인지, 워싱턴 지역 주민들은 장기 폐쇄에 오히려 찬성하는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5%가 ‘6개월 폐쇄ㆍ수리’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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