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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 첫 책] ‘사랑의 승자’ (2010)

입력
2016.04.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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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첫 책이 나왔다. 인간 김대중의 일상이 담긴 사진과 생전에 그분이 남긴 어록을 엮어 만든 일종의 포토 에세이였다. 고인의 삶을 돌아보는 시대적 분위기에 맞춰 내려고 기획한 책은 아니었다. 예정대로라면 우리 출판사의 첫 책이 될 운명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전부터 준비 중이던 외서의 판권 계약이 막바지 단계에서 지체되는 바람에 동시에 진행 중이던 이 책을 먼저 출간하게 된 셈이었다.

출판사 내부적으로는 그리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편집 담당자인 나로서는 더 그랬다. 하지만 외부 상황은 우리의 기분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첫 책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회고하는 책 대부분이 텍스트 위주였기에, 사진이 주를 이루는 우리 책에 관심이 쏠린 것인지도 모른다.

보수 신문에는 홍보용 책과 보도자료를 릴리스조차 하지 않았으나 의외로 그 밖의 매체 여러 곳에서 지면을 할애해 소개해주었다. 서점 구매 담당자들이 판매가 괜찮을 것 같다며 매절 주문을 꽤 넣어주어 설레는 마음이 한층 더 커졌다. 한 서점은 판매에 자신을 보이며 300부를 한꺼번에 가져가기도 했다.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대부분의 책이 반품되어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특정 지역으로 내려간 책은 100부 중 98부가 반품되기도 했다. 책을 판매해서 유지해야 하는 출판사의 생리로 보자면 ‘대실패’임이 분명했다. 책이 안 팔리면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는 많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선 오히려 담담했다. 첫 책을 내놓고 여기저기서 들은 기대 이상의 덕담에 들뜬 마음으로 지낸 것이 부끄러웠을 뿐.

애초 우리 책에는 ‘김대중’ 하면 떠올릴 내용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정치인 김대중’보다는 ‘인간 김대중’에 초점을 맞췄을 뿐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업적’보다는 대통령이 되기 전 ‘일상’을 포착한 사진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각종 행사에 지쳐 하품하는 모습, 독서에 매진하는 모습, 화초에 물을 주며 정성을 들이는 모습 등 일상을 포착한 사진에서 드러나는 인간적 풍모를 잘 보여주는 것,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당시 지은이가 김대중을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와 각종 일화 등을 생생히 전달하는 것, 김대중이 남긴 수많은 어록 중에 가려 뽑은 내용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 등이 책을 만들면서 고민했던 지점이다.

요즘 정치판이 혼탁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이들이 대거 당을 떠나는 일도 발생했다. 우리 출판사의 첫 책 ‘사랑의 승자’를 다시 읽으며 상념에 잠긴다. 요즘 머릿속에 맴도는 내용은 이것이다. “자유는 지키는 자만의 재산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전인적 완성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제약과 조건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다.” “늦더라도 국민은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유난히도 하품을 많이 했던 대통령. 그분의 말씀을 믿고 싶다. 정말 그렇게 되기 바란다.

손성실 생각비행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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