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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일까 실수일까

입력
2016.04.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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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이세돌

흑 알파고

참고1도
참고1도
참고1도
참고1도
참고2도
참고2도

<장면 4> 이번 보에서 또 한 번 알파고의 ‘변칙’이 등장했다. 아니 어쩌면 ‘변칙’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라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 지 모르겠다. 우상귀에서 1부터 4까지 진행한 다음 바로 5로 어깨 짚은 게 기존 바둑이론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발상이다. 보통 <참고1도>와 같은 배치에서는 1로 어깨 짚는 수를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전과 같이 4선에 있는 돌에 5선으로 어깨 짚는 수는 잘 두지 않는다. 백이 A로 받기만 해도 너무 크게 실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관전자들은 백이 우변에서 실리를 크게 챙기면 알파고가 어떤 작전을 펼 지 궁금해 했는데 정작 이세돌은 알파고의 의도를 거스르고 싶었는지 6, 8로 다른 길을 택했다. 하지만 우변 백돌이 너무 중복된 모습이어서 일단 이 교환 자체는 백이 조금 불만스럽다. 국후 이 바둑을 검토한 한 젊은 국가대표선수는 이 시점에서는 백이 <참고2도> 1, 2를 교환한 다음 바로 3으로 상변에 쳐들어가는 게 좋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알파고의 5가 ‘신수’일까, ‘실수’일까. 당시 일부 TV 해설자들이 “인간의 이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수다” “이런 수로 알파고가 이긴다면 혁명이다” 등으로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 조금 과대 포장된 면은 있지만 일단 착수의 선악을 떠나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참신한 발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현대 바둑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라 할 수 있겠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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