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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돈 버는 야구가 이기는 야구

입력
2016.04.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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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프로야구 10구단 4500억원 매출

넥센 모기업 없이도 홀로서기

삼성도 제일기획이 운영하며

스포츠 마케팅 변화 바람 주도

두산과 kt 선수 헬멧 등에 광고

SK는 농구코트 4배 전광판 설치

LG 연습경기 폰 생중계도 호평

“여성, 가족단위 관중이 대세

야구장, 복합 문화공간 돼야”

인천SK행복드림야구장에 설치된 세계 최대 야구전광판 빅보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SK행복드림야구장에 설치된 세계 최대 야구전광판 빅보드.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로 서른 다섯 살이 되는 동안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았지만 이면에는 구단을 소유한 기업들의 뼈를 깎는 고통이 있었다.

국내 프로야구단은 삼성 LG SK 롯데 한화 등 재계 10위권 내의 대기업들이 주축이 돼 운영을 하고 있다. 야구단은 전체 매출에서 20% 정도에 불과한 입장 수입 외에 이렇다 할 수익 창출 구조가 없었던 반면 자유계약선수(FA)와 외국인선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연간 300~4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절대적으로 모기업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프로야구의 인기에 편승해 그룹의 얼굴 격인 ‘홍보 계열사’로 활용하려는 전략 때문이다.

실제 LG 트윈스는 1990년 창단 첫해 우승하며 인기 구단으로 도약한 뒤 1994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자 럭키금성 그룹은 사명을 아예 LG로 바꿨을 만큼 야구단은 대외 홍보ㆍ사내 통합의 창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인기와 함께 각 구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생적인 구조 개선에 앞장서면서 손실의 비중은 점차 줄어두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제일기획으로 주인이 바뀐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 2014년 영업손실이 176억원이었으나 지난해 약 7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2011년 9개 구단의 총 매출은 2,657억원이었는데 4년 만인 지난해 총 매출은 4,000억원대(4,524억원)로 뛰었다. 10구단 kt 위즈가 가세해 구단이 하나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비약적인 상승이다.

선수의 헬멧과 유니폼에 부착된 광고. LG 제공
선수의 헬멧과 유니폼에 부착된 광고. LG 제공

헬멧에도, 유니폼에도…걸어다니는 기업

야구단의 주 수입원은 광고인데 일명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모기업이 홍보비로 지출하는 자사 광고수입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자기 회사의 광고를 야구단을 통해 하고 야구단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라 사실상 야구단의 순수 수입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외부 광고를 활발하게 유치하는 구단이 늘고 있다. 조주한 KT스포츠 농구단 마케팅 부장(전 kt 위즈 마케팅팀장)은 “과거 자사 광고와 외부 광고의 비율이 9대1이었다면 지금은 적지 않은 구단들이 7대3, 6대4 정도로 외부 광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나 A보드(포수 뒤쪽)에 의존했던 광고 영역도 선수들의 유니폼, 헬멧으로 넓어지고 있다. 선수를 활용한 광고는 2009년 ‘순두유’와 제휴했던 LG가 개척했는데 이전까지만 해도 유니폼 광고는 그룹의 고유 영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야구단도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최근엔 두산 베어스(KB국민카드), kt(대신증권) 등이 ‘선수 광고’에 동참했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LG 제공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LG 제공

마케팅 특수…돈도 벌고 관중도 모은다

제일기획은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환경 변화에 따라 구단들이 승패만 중요시했던 스포츠단에서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과 팬서비스를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20년간 축적한 스포츠 마케팅 역량으로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더 강력한 명문구단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만 했던 야구계의‘큰 손’삼성이 이제는 “돈을 벌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출발점으로 삼성은 대구에 새로 문을 연 라이온즈파크에서 전광판과 디지털 사이니지(광고판) 등 다양한 옥외 광고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SK 와이번스는 비인기팀이라는 불명예를 만회하기 위해 2007년 스포츠와 엔터테이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이먼트’를 선언하고 프로야구 마케팅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SK는 행복드림구장의 전신인 문학구장의 좌석을 세분화해 관중들이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올 시즌엔 농구 코트 4배 크기에 달하는 초대형 전광판 ‘빅보드’를 야심작으로 내세웠다. 기존의 경기 운영 보조 장비였던 전광판의 한계에서 벗어나 야구 콘텐츠는 물론 영화까지 상영할 계획이어서 야구장은 때로는 공연장으로, 극장으로 탈바꿈한다.

LG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그룹 계열사인 유플러스와 연계한 정보통신 마케팅으로 시선을 모았다. 연습경기 전 경기(5경기)를 유플러스의 스마트폰 서비스를 통해 생중계했는데 순간 접속자 수가 7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문자 중계나 트위터로밖에 접할 수 없었던 야구팬들이 시범경기에 앞서 연습경기까지 시청하는 시대가 됐다. 순수 야구기업 넥센 히어로즈의 고척돔 입성은 곧바로 생존과 직결된다. 서울시는 넥센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2년간 고척돔내 광고권을 한시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메인스폰서인 넥센 타이어를 비롯해 70여개의 크고 작은 서브스폰서와 손잡고 네이밍 마케팅을 도입해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메인스폰서가 바뀔 때마다 팀 이름도 바뀔 수밖에 없지만 기업과 구단의 상생 구조의 안정화를 통해 메이저리그처럼 연고 도시명을 앞세워 ‘서울 히어로즈’로 정착하는 게 이장석 넥센 대표가 꿈꾸는 지향점이다.

잠실구장의 탁자석 가격은 주중 4만원, 주말 4만5,000원이다. 1만원 안팎의 영화 티켓에 비해 비싼 편이다. 관중들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야구장을 다시 찾는다. 이용철 KBS 야구해설위원은 “야구장에서 야구만 보는 시대는 끝났다. 여성과 가족 단위관중이 늘어나면서 관중은 즐겁고, 구단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윈윈의 복합 놀이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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