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개성 넘치는 지역색이다. 부산 사직구장엔 ‘부산 갈매기’ 타임이 있고, 광주구장에 가면 ‘남행열차’가 울려 퍼진다. 초창기엔 지역 감정을 조장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이제는 충성도 높은 팬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프로야구의 자랑으로 자리잡았다.
각 구장의 먹거리와 야구 관련 상품도 지역만의 특색이 담겨 있다. 야구장 하면 떠오르는 간식은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소주와 오징어였다. 지금은 알코올 도수 5% 이상의 주류는 반입 금지가 됐다. 대안으로 ‘치맥(치킨과 맥주)’이 야구장 먹거리의 ‘대세’로 떠올랐다.
여성과 가족 단위 관중들이 늘어나고 좌석은 더욱 안락하게 바뀌면서 야구장의 음식ㆍ쇼핑 문화도 다양화되고 있다. 10개 구단 홍보ㆍ마케팅 관계자들은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음식과 상품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대전구장에서 화제가 된 ‘야신 고로케’는 김성근(74) 한화 감독 덕분에 특수를 누렸다. 실제 김 감독의 별명을 따온 건 아니고 ‘야채가 신선한 고로케’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대전구장을 찾은 팬들이면 호기심 때문이라도 한번씩 맛본다. 이밖에 닭강정과 떡볶이도 대전구장의 인기 메뉴다.
창원 마산구장에는 팀 토종 에이스 이재학(26)의 이름을 딴 ‘이재학 주스’가 있다. 이재학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경우가 많아 ‘딸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재학 주스는 딸기 주스다. 지난해 6월부터는 ‘스트롱베리 주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재학 때문에 만들어진 주스인 만큼 이재학이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원래 가격(5,000원)에서 40% 할인된 3,000원에 판매된다.
kt는 수원의 명물인 프랜차이즈 만두와 통닭을 수원구장의 입점 업체로 선정해 팬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kt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야구장 2층에 있는데 팬들이 많이 올 때는 200명 이상 줄을 서기도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넥센이 사용했던 서울 목동구장에선 통감자가 히트를 쳤다. 기존 대구구장엔 납작 만두가, 광주구장엔 타이거즈의 영문 이니셜 T를 새겨 넣은 호두과자가 명물이다.
먹거리와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야구장 관전 요소 중 하나가 상품 구매다. 단연 유니폼이 인기다. 특히 여성팬이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를 새긴 유니폼을 판매하는데 두산의 경우 2014년엔 정수빈(26)의 유니폼이 가장 많이 팔렸고, 지난 시즌엔 민병헌(29)이 1위였다. 대전구장에선 간판타자 김태균(34)의 유니폼이 지난해 5,000벌 이상 팔려나갔다.
LG는 메이저리그 팀을 벤치마킹해 올해 초 트윈스 침구세트를 출시했다. ‘쌍둥이’의 상징인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 스트라이프, 빨간색 원형 로고를 복판에 새겨 LG 골수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7만9,000원짜리 침구세트 수백개가 3일 만에 완판 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LG 관계자는 “협력업체에서 이불 디자인 초안을 몇 개 잡은 뒤, 팬 800여명의 투표로 선정된 제품인데 팬들의 관심 덕에 기존 상품과 다른 사이즈의 제품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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