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익금을 미끼로 퇴직 공무원의 노후 자금을 가로챈 현직 법무사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거액의 배당을 약속하고 피해자의 보증금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현직 법무사 박모(69)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에게 피해자를 소개시켜 준 김모(67)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올해 1월 중순 서울 서초동에 있는 박씨의 법무사 사무실에서 퇴직 공무원인 최모(67)씨에게 “닷새 동안 1억원을 맡기면 3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일당은 “한 재력가가 정기예금 2,000억원을 은행에 예치하고 배당금 40억원을 받기로 했는데 거래를 주선한 대가로 10억원이 들어올 예정이다. 재력가에게 보증금 명목으로 줄 1억원이 필요하다”면서 최씨를 꼬드겼다. 이들은 최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법무사 사무실에서 현금보관증까지 작성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박씨의 말을 믿은 최씨는 남은 노후자금 1억원을 수표로 박씨 일당에게 건넸다.
하지만 박씨 등은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최씨가 연락할 때마다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만 말했다. 이들의 범행은 돈을 맡긴지 한 달이 지나도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최씨가 2월 말 경찰에 고소하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추적 끝에 박씨와 주모(51)씨 등 3명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주씨 등은 이런 방법의 사기 수법을 들은 뒤 범행을 계획했고 신뢰를 주려 친분이 있던 법무사 박씨를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범행 가담 대가로 수익금 중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영업 실적이 저조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1억원은 최씨의 퇴직금 중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재산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피의자들은 1억원을 카지노에서 브로커를 통해 현금으로 바꾼 뒤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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