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가 노숙자의 노상 침구세트 용량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의결해 논란을 빚고 있다.
LA 시의회는 30일(현지시간) 노숙자의 노상 침구세트를 0.2㎥ 용기 규모로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을 13대1로 확정했다. 이 용량은 일반적인 쓰레기통 크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LA 시의 노숙자들은 도심 인도나 공원도로, 골목 등에서 0.2㎥를 초과하는 침구세트를 사용할 수 없다. 조 부스카이노 시의원은 “도시 내 안전과 청결을 위해 불가피하다” 고 말했고 캐럴 샤츠 LA 센트럴시티협의회 회장도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라고 환영했다. LA 시의회는 당초 노숙자가 갖고 다니는 가방과 소지품도 제한하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했으나, 일부 시의원 반대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조례안은 노숙자들이 자고 난 자리를 깨끗이 치우지 않거나 인도와 골목 등에 오전 6시∼오후 9시까지 침구세트를 방치하면 경범죄로 소환하거나 체포할 수 있다.
이에 노숙자 지원 단체들은 “개정안은 노숙자를 모욕하는 가혹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시의회 회의실 주변에서 ‘우리는 쓰레기통이 아닌 사람’이라고 스프레이로 적은 쓰레기통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앞서 LA 시와 노숙자 지원 단체들은 지난 15일 경찰의 노숙자 일제 단속을 놓고서도 대립한 바 있다.
LA 시의 노숙자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노숙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이들을 그대로 거리에 방치하는 상태다. 실제로 LA 카운티에서는 해마다 7,200∼7,400명의 노숙자가 쏟아져 나오며, 최근 2년간 12% 증가해 모두 4만4,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시내 노숙자는 2만6,000여 명에 이른다. 또 노숙자 가운데 30%가량이 정신질환을 앓는 데다가, 마약 상습 복용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A 시 정부가 지난해 9월 ‘노숙자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1억 달러(약 1,14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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