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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구조변경 승인 오락가락… 연비 50% 늘리는 튜닝 기술도 빛 못봐

입력
2016.04.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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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없이 미래 없다] 4.거꾸로 달리는 자동차 규제

3년간 60억 투자 시스템 개발 회사

규제 발목에 작년 매출 고작 6억원

전조등-후미등 같은 연식 교체 등

오래되고 비합리적 규제들 난립

세계 100조원 규모 車 튜닝 시장

규제 풀린 美-獨-日이 72% 장악

정부, 4만명 일자리 육성 계획도

자기인증제 확대 등 우선해야 가능

코리아 튜닝쇼에 전시될 오프로드 차량
코리아 튜닝쇼에 전시될 오프로드 차량

2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주식회사 ‘로’. 이 업체는 휘발유나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을 압축천연가스(CNG) 차로 개조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박홍준 사장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줄이면서 연비는 50%나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지난 3년간 60억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가 될 것으로 고대했던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고작 6억원에 그쳤다. 실제로 이날 버스 5대와 승용차 10대를 한꺼번에 작업할 수 있는 넓은 작업장엔 승용차 2대만 놓여져 있었다. 박 사장은 “구조변경 승인부터 CNG 사용자 지원금까지 직ㆍ간접적인 튜닝 관련 규제가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구조변경 승인을 받을 때 같은 차량이라 해도 검사소에 따라 혹은 검사원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지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김형일 영업팀장은 “다른 개조작업은 교통안전공단에 전자접수로 서류심사를 받는데 유독 CNG 개조만 직접 방문해 접수하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구형 쏘나타를 타고 다니는 직장인 박모(41)씨는 최근 후미등이 부서지는 사고가 나 신형 제품으로 교체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조등이나 후미등을 교환할 땐 반드시 차량과 같은 연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 상 불법이라는 정비사의 설명을 듣고 어렵게 구형 후미등을 구해야만 했다. 그는 “기왕이면 밝고 보기 좋은 제품으로 다는 것까지 막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사실 안전을 위해 주간주행등을 다는 것도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규제의 합리성은 떨어진다. 자동차의 가장 낮은 부분(최저지상고)이 120㎜ 이상 돼야 한다는 규정은 수십년 전 비포장도로가 많았을 때 만들어진 기준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대우자동차 티코의 튜닝모델
대우자동차 티코의 튜닝모델
대우자동차 티코의 튜닝모델
대우자동차 티코의 튜닝모델

자동차를 개조해 성능을 개선하는 튜닝 산업이 규제라는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낡은 규제들로 인해 정부가 지난해 튜닝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튜닝부품 인증제도 제자리 걸음이다.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부품은 자동차 휠 2종, 현대자동차 아반떼용 머플러 1종 등 3개뿐이다. 정부는 2012년 5,000억원 규모인 국내 튜닝 시장을 2020년까지 4조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종사자 수도 2012년 1만명에서 2020년 4만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장밋빛 목표는 비상식적 규제들이 모두 풀릴 때만 가능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특히 외관을 신형으로 바꾸거나 캠핑카로 개조하고 주간 주행등을 다는 등의 개조작업은 교통안전공단의 구조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규제가 풀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튜닝 업체 사장 B씨는 “수수료만 해도 한 해 수백억원은 될 텐데 국토교통부 고위 공무원들이 이사장으로 가는 대표적 관피아 기관인 교통안전공단에서 이런 수입원을 포기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튜닝 부품 제조업계의 자기인증제를 활성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기인증제란 환경과 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기준에만 부합하면 업계에서 인증을 해주고 인증 받은 부품을 장착하는 데는 아무런 규제를 두지 않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자기인증제 대상 부품은 현재 좌석 안전띠, 차량 뒷부분 보조 범퍼, 브레이크 오일 호스 등 5개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유럽, 일본 등 자동차 산업 선진국들은 10여년 전부터 자기인증제를 도입해 튜닝 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현재 100조원에 달하는 세계 튜닝시장은 미국(35%), 독일(23%), 일본(14%) 등 3개국이 72%나 장악하고 있다. 한국의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현재 카니발 11인승의 적재공간을 늘리기 위해 좌석을 떼내고 9인승으로 바꾸는 것도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차종이 바뀐다는 이유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좌석을 떼는 것은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불법으로 막는 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규제는 완화하고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벌을 강화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튜닝산업 발전 가능성과 현재 정부 규제개혁의 한계 관련 엔진 튜닝업체 주식회사 '로' 박홍준 대표이사가 작업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튜닝산업 발전 가능성과 현재 정부 규제개혁의 한계 관련 엔진 튜닝업체 주식회사 '로' 박홍준 대표이사가 작업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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