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앱 시대 저문다, 인공지능 시대 열겠다”

개발자 회의서 AI 올인 선언

“인간의 언어 완벽히 이해하게”

학습능력 위험성에 3대 원칙 제시

누구나 인공지능 제작 가능한

MS 봇 프레임워크 첫 공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30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개막한 개발자회의 '빌드'에서 "모든 것에 지능을 불어넣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컴퓨터와 사람 사이 모든 상호작용에 인공지능(AI)을 불어 넣겠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30일(현지시간) 앱의 시대가 가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개막된 2016년 개발자회의 ‘빌드’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도록 훈련시켜 새로운 컴퓨팅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나델라 CEO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 기기에 어떤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 소프트웨어(앱)을 이용하는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인간이 말로 지시하면 AI를 탑재한 기기가 이를 알아듣고 알아서 반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앱’의 시대가 가고 곧 AI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뜻이다. MS는 AI가 단순히 어휘나 문장의 의미를 인식할 뿐 아니라 맥락과 상황까지 감안해 반응할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MS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대화(채팅) 프로그램 ‘테이’가 이용자들에게 배운 인종 및 성차별 발언을 쏟아내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후 MS는 테이를 공개한 지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하고 개선 작업을 거쳐 다시 대중에 공개했으나,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를 의식한 듯 MS는 이날 ‘인공지능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능력과 경험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하게 해야 하고 ▦사람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도록 포용력과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나델라 CEO는 테이의 막말 사례를 언급하며 “사람들 역시 AI에게 인간의 가장 나쁜 면이 아닌 가장 좋은 면만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테이는 이날 트위터에 재등장, 횡설수설하다 또 다시 서비스가 중단됐다. 테이는 “당신은 너무 빨라요, 좀 쉬어요”, “술 때문이예요”등의 엉뚱한 말을 쏟아 냈다. MS는 테이의 트위터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한 뒤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MS는 이날 누구나 인공지능 봇을 제작할 수 있는 도구 ‘MS 봇 프레임워크’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봇’이란 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로, 이 개발 도구를 이용하면 테이처럼 이용자와 대화를 주고 받는 채팅 봇이나 이용자를 대신해 쇼핑하는 ‘쇼핑 봇’ 등을 만들 수 있다.

MS까지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AI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구글을 비롯해 AI 슈퍼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IBM, 별도 AI 조직을 두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애플, 페이스북 등은 AI를 미래 핵심 기술로 보고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