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찍은 사진이 책으로 출간되다니 꿈만 같아요. 제 꿈인 영화감독이 되는데 큰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경기 성남 문원중 2학년인 채호준(14)군은 자유학기제가 (시범) 운영된 지난해 ‘나도 여행작가’ 동아리 멤버로 활동했다. 김재우(35)교사의 지도 아래 친구 8명과 함께 1학년 2학기 내내 동네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이들의 추억은 ‘나도 여행작가’라는 책으로도 묶였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어엿한 사진작가가 된 셈.
처음부터 책을 낼 계획은 아니었다. 김 교사는 “내가 사진을 찍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 학생들과 함께 사진촬영 동아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침 학교가 자유학기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1학년 학생들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동아리를 꾸리기로 했는데, 예상보다 지원자가 많아 9명의 학생들로 동아리가 만들어 졌다.
애초 소수 정예의 인원으로 넓은 야외로 출사를 나가려는 계획이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장거리를 오가기 쉽지 않아 대안으로 학교 주변에서 실습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오히려 동네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상호(14)군은 “평소 동네를 지저분하고 어두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사진 속 풍경이 굉장히 멋졌다”며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아름답다’는 시 구절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학생들과 선생님은 그날 이후 ‘우리동네, 성남’을 주제로 정하고 한 학기 동안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공원의 벤치, 모란시장, 단풍나무 등이 스마트폰에 담겼다.
책을 출판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도 요청했다. 드로잉 작가 리모(33)씨와 사진작가 제이(31)씨가 실습을 도와 줬고, 한 교육전문회사의 도움을 받아 사진 배치 등을 협의했다. 올해 동아리에 들어 온 1학년생들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세훈(13)군은 “올해는 남한산성을 주제로 책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선배들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있다. 이승호(14)군은 “지난해는 학업부담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한 해였다”며 “취미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