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피우던 60대 연행 중 음독
몸 수색 없이 뒷좌석에 혼자 태워
부검조차 않고 솜방망이 처벌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다 파출소로 연행되던 60대 남성이 경찰 순찰차 안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은 이 남성을 단순 음주자로 판단, 후속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설날인 지난 2월 8일 오후 2시쯤 경남 밀양경찰서 삼랑진파출소에 “삼랑진읍 하수종말처리장 도로 주위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자신의 차량 주위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소란을 피우고 있던 A(67)씨를 붙잡아 음주 운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순찰차에 태웠다.
경찰은 A씨를 순찰차에 태울 때 신체검색을 하지 않았고 경찰관이 옆자리에 동승해야 한다는 매뉴얼을 어기고 A씨만 뒷자리에 앉혔다.
파출소에 도착한 경찰은 A씨를 연행하기 위해 뒷문을 열었으나 A씨 손에 뚜껑이 열린 농약병이 들려있어 농약을 마신 것으로 보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했지만 며칠 뒤 숨졌다. 순찰차 블랙박스에 기록된 영상 확인 결과 A씨는 농약을 4차례나 나눠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A 씨가 출동 전 이미 농약을 마신 것으로 보이지만 농약이 무색무취한 데다 마시고 몇 시간 뒤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음독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A씨는 순찰차 안에서도 농약을 마신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피의자 관리에 허점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A씨를 단순 음주 운전자라고 착각한 탓에 몸수색은커녕 뒷좌석에 A씨 혼자 내버려 둬 음독 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은 이번 사건을 A씨의 단독 음독자살로 결론짓고, 시신을 부검조차 하지 않았다.
밀양경찰서는 지난 30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경찰관에 대해 1명은 감봉 1개월, 다른 1명은 불문경고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밀양=이동렬 기자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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