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컨설팅업체 근무 친구가
넥슨 주식 제의해 여러 명이 샀다”
매입가격ㆍ매도자ㆍ자금출처 등
상세 내역 공개 안해 의혹 증폭
업계 관계자 “2005년 넥슨은
이미 잘 나가는 제품 다수 있어
급히 처분할 주식 아니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인 진경준 검사장이 자신의 재산증식 논란에 대해 31일 입장문을 내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초 주식매입 금액과 주식 매도자, 자금출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진 검사장은 이날 오후 자료를 통해 “2005년 기업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로부터 주식매입을 제의 받고 친구들과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은 “친구가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으로부터 ‘이민을 가서 재산을 급하게 처분하려는데 보유한 넥슨 주식을 팔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주식 매입을 제안했다”며 “친구들 여러 명이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에 함께 주식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식을 판 사람에 대해서는 사생활을 고려해 상세한 내역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은 매입 가격에 대해선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싼 주당 수 만원에 매입했다고만 주장했다. 다만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 주식분할이 이뤄지면서 주식수가 100배로 늘어났다고 했다. 주식매입 자금은 개인 돈이며, 애초에 장기투자를 염두에 두고 10년 간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진 검사장은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주식을 대량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백지신탁위원회의 ‘문제없다’는 판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넥슨의 주식가치에 대해 잘 아는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2005년에 넥슨은 ‘카트라이더’ 등 이미 흥행반열에 오른 제품이 다수 있었다. ‘이민을 가기 위해 급하게 처분한다’는 식으로 쉽게 처분할 주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로또 당첨과도 같은 이런 매매를 과연 누가 제안하겠느냐는 의문이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오너와의 친분관계에 의한 거래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진 검사장은 김정주 넥슨 대표와 서울대 동기로, 애초에 김 대표의 부탁으로 넥슨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2011년 12월 넥슨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공개한 ‘넥슨 신규상장 신청을 위한 유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당시 26번째로 많은 85만3,700주(지분율 0.23%)를 보유했다. 진 검사장보다 지분이 많은 주주는 NXC 넥슨 지주사와 넥슨 해외 자회사, 넥슨코리아 대표 등 전ㆍ현직 임원진 등 특수 관계인이 대부분이다. 진 검사장은 당시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과 국제협력단장을 겸하고 있었다.
진 검사장이 주식분할 전에 주당 5만원에 구입했다면 4억원 남짓 투자로 126억원을 회수해 원금의 30배 차익을 거둔 셈이다. 2만원에 구입했다면 70배가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계산된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보유한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126억원에 매각해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38억원이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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