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기존 전망보다 한층 빠르게 진행돼 이번 세기말에는 뉴욕이나 시드니 등 저지대 해안도시들이 침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영미 매체에 따르면 로버트 드콘토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와 데이비드 폴라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남극대륙의 거대 빙하가 녹아내려 21세기 안으로 해수면이 2m 가깝게 상승한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멕시코보다 넓은 데다 깊이도 해저 수백미터에 달하는 거대 빙하가 온난화로 인해 녹는 속도를 고려할 경우 2100년에는 해수면이 1.5~1.8m 상승하게 되고 그 이후엔 10년마다 0.3m씩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학계 최초로 온실가스가 남극대륙 서부의 거대 빙하에 미치는 영향과 해수면 상승 속도를 관측했다. 드콘토 교수는 “지금까지 지구온난화 연구는 거대하고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었는데 바로 남극”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논문을 소개하면서 “지금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될 경우 해수면 상승 속도가 기존 유엔의 공식 예측보다 2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이번 세기 내 수많은 대도시들이 직접 피해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드콘토 교수는 “논문 상 전망치는 세계 평균일 뿐 저지대 도시가 받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며 피해가 예견되는 주요 도시로 뉴욕, 보스턴을 꼽았다.
거대 빙하에 대한 경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빙하 연구 분야에서 저명한 리차드 앨리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남극 빙하와 유사한)거대 빙하와 빙벽의 분해는 이미 그린란드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극 동쪽 해안에 위치한 3,000여㎢ 넓이의 라르센 B 빙붕은 지난 2002년 위험 징조를 보인지 단 2주 만에 무너져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구진과 외신들은 일제히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논문은 배출량 규제가 ‘적당한 수준’으로 가해질 경우 남극 빙하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 최대 4분의 1로 낮춰질 수 있으며, 더욱 적극적으로 통제 시 아예 피해를 없앨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NYT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 줄거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지금 태어나는 세대들이 부딪칠 위기”라며 “다음 절차는 당연히 온실가스 규제 강화”라고 전해 경각심을 일깨웠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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