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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기 위해 달리는 팔레스타인 육상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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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기 위해 달리는 팔레스타인 육상 소녀

입력
2016.03.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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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열리는 베들레헴 마라톤 대회 모습. 페이스북 캡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열리는 베들레헴 마라톤 대회 모습. 페이스북 캡처

“팔레스타인 여성이라는 높은 편견의 벽을 넘기 위해 힘 닿는 데까지 달리겠습니다.”

15살 소녀 이나스 노팔은 팔라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 지구 내에서 유일한 여자 장거리 육상 선수다. 매일 아침 머리에 히잡을 두른 채 ‘중동의 화약고’인 가자 지구 난민 캠프를 가로질러 달린다. 히잡을 쓰고 뛰면 거추장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노팔은 “남자들처럼 반바지에 반팔 옷을 입고 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팔레스타인 남성들은 맨 살을 드러낸 여성 옷차림에 거부감을 느끼고 돌팔매질까지 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TV 육상 경기를 시청하며 달리기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특히 팔레스타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올림픽(2004년 아테네 올림픽) 육상 종목에 출전했던 사나 아부부킷(32)은 노팔의 우상이다.

“그저 달릴 수만 있으면 좋다”는 노팔에게도 최근 고민이 생겼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하마스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성 선수들이 육상 트랙을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노팔은 트랙을 잃었지만 가자 지구 골목골목을 누비며 다시금 꿈을 키워가고 있다.

물론 힘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옆에서 응원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버지는 훈련이 있을 때마다 차량을 운전해 노팔의 뒤를 따르며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달리기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팔의 이런 진지한 도전에, 이젠 일부 가자 지구 주민들도 작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래 소녀들이 노팔을 따라 함께 달리기 훈련에 나선 것이다.

노팔의 목표는 아부부킷을 능가하는 국가 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다. 4월 1일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 열리는 10km 단축 마라톤 경기가 노팔의 첫 시험 무대다.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에 건설한 분리장벽을 따라 달리는 코스로,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의 역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노팔은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이원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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