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불법 낙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은 물론 낙태 찬반 단체 모두가 트럼프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사면초가에 몰린 트럼프가 “여성은 피해자”라며 급하게 말을 바꿨지만 논란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MSNBC 방송이 위스콘신 주 그린베이에서 주최한 타운홀 미팅 형식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 후 불법 낙태를 금지할지 여부와 관련해 “(불법 낙태를 한 여성을) 어떤 형태로든 처벌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진행자로 나선 MSNBC 방송 크리스 매튜스가 처벌 방식을 묻자 트럼프는“추후 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낙태가 금지 대상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불법적 장소로 가서 시술 받는 것을 말한다”고 트럼프는 덧붙였다.
트럼프의 낙태 처벌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발언은) 끔찍하고 지독하다”고 비판했고, 낙태 찬성 시민단체들은 트럼프를 “위험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 진영조차도 트럼프의 발언으로 발칵 뒤집혔다. 공화당과 낙태 반대 시민단체들은 불법 낙태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측 브라이언 필리스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주장을)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평가절하했고,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브루스 헤인스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한 여성에 대해 트럼프가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낙태 발언 후 2시간 만에 공식성명을 발표해 자신의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낙태가 앞으로 법으로 금지되면 불법 행위를 하는 의사들에게 책임이 있고 여성들은 없다”며 “이럴 경우 여성들은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낙태는 불법이 아니다. 미 대법원은 1973년 여성의 사생활 보호 권리를 인정해 낙태를 합법으로 판결했다. 실제 미 식품의약국(FDA)은 이날 약제를 이용한 낙태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FDA는 이날 의사 대신 의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훈련 받은 임상 간호사도 사후피임약을 처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약제를 복용할 수 있는 시기도 현행 월경 후 49일에서 70일까지로 크게 늘렸다.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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