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게 지내는 사람 중에 만우절에 태어난 이들이 두 명 있다. 잊지 않고 그들의 생일을 기억하기 때문에 나는 만우절에 잘 속지 않는다. 이때만 되면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은, 내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애썼음에도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았다는 사실이다. 거짓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되지 않아 모른 척한 적도 많았다. 다른 사람이 한 거짓말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경우도 있었다. 그가 생존을 위해 작심하고 한 거짓말도 아팠지만, 분위기에 취해 나를 일회용 소모품으로 쓴 듯한 거짓말도 아팠다. 타인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만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흔쾌히 양보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거짓말은 능청스럽게 잘하는 사람들이 그때마다 한없이 정직해지는 바람에 민망해지는 경우도 가끔 생겼다. 좀 억울하다 생각되었지만, 어쨌거나 타인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은 텁텁한 맛이 나는 밋밋한 음식에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상큼했다. 혀끝에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그 맛에 기분 좋게 도취될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서로에게 좋을 거라 믿고 한 거짓말이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노라 확신할 수가 없다. 이젠 거짓말을 해야 할 땐 침묵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쉽게 해석할 수 없도록 애매한 미소만 흘려야겠다. 입안 가득 물을 물고 있거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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