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3> 좌하귀의 절충이 마무리되고 선수가 흑에게 돌아오자 알파고가 얼른 1로 하변에 벌렸다. 진작부터 두고 싶었던 자리다. 원래는 A가 보통이지만 이미 왼쪽에 백돌이 튼튼하게 자리 잡고 있으므로 중앙을 중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백이 좌상귀에 걸쳐갈 차례인데 이세돌은 이번에도 점잖게 2로 좌변을 먼저 지켰고 자연히 3은 알파고가 차지했다.
여기까지는 서로 잘 어울린 초반 진행인데 백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뭔가 약간 미흡하다는 느낌이다. 수순을 돌이켜 보면 당초 우하귀에서 알파고가 정석 수순을 진행하다 말고 손을 빼서 상변 ▲를 먼저 차지하는 변칙 수법을 구사했다. 흑이 보통대로 하변에 A로 벌렸다면 백이 먼저 좌상귀에 걸치는 게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에게 <참고1도>나 <참고2도>처럼 공격 당하면 흑이 좋지 않다는 게 지금까지의 정설이다. 그래서 당시 대부분의 TV해설자들이 ▲에 대해 놀라움을 표하면서 알파고가 정말 실수를 한 건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변칙수법을 구사한 것인지 궁금해 했던 것이다.
실전에서는 이세돌이 △로 좌변을 먼저 건드렸다. 제1국에서 급전을 펼쳤다가 실패한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려는 생각인 듯하다. 물론 이 수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한데 이후에 한참 수순이 진행되고 나니 결국 하변과 좌상귀의 요처를 흑이 다 차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알파고의 변칙 수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셈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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