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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분투기] 아이가 아플 때

입력
2016.03.3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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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아프다.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이 둘이 모두 독감에 걸려 유치원, 학교에 결석 중이며 둘째는 일주일째 열이 떨어지지 않아 입원을 하느냐 마느냐의 고비에 있다.

일하는 엄마에게 아이가 아플 때만큼 힘든 시기는 없다. 아이의 건강은 분명 엄마가 일을 하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가끔 두 아이가 비교적 건강하고 그 동안 병치레를 크게 하지 않은 것이 나의 사회생활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요소가 아니었나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건강에 대한 과신은 언제나 금물이다.

독감과 감기의 차이도 잘 모르고 매년 아이들이 맞는 것이 좋다는 독감 주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는데,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되어서 아프기 시작했다. 열이 올라 병원에 갔는데 독감이 유행이니 검사를 하자고 한다. 아주 약하게 독감 반응이 나왔다. 병원에서 만난 같은 유치원 친구도 독감이라는 것을 보니 유행하는 모양이다. 둘째는 낮에는 잘 놀다가 밤만 되면 열이 오르며 보챈다. 독감 약은 너무 독해서 아이가 제대로 먹지 못한다. 뱉어 내기도 하고 겨우 먹었다가 토하기도 한다. 주말 내내 아픈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 뒤치다꺼리로 보냈다. 몸은 힘들지만 차라리 주말에 아파서 직접 돌봐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픈 아이를 두고 일하러 갈 때의 마음은 더욱 안타깝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주말이 지나고 나니, 갑자기 첫째도 고열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고 울기 시작한다. 병원에 데리고 가보니 역시 독감에 약간 폐렴 증세도 있다고 한다. 회사에 연락해 휴가를 쓰겠다고 하고 몇 가지 일은 급하게 미룬다. 속상해서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아이들은 아프면서 크는 거지라며 걱정하지 말라지만, 아이가 아프면서 큰다는 거 나는 모르나? 아이가 아프면, 유치원이나 학교에 연락하고, 병원을 데려가고, 회사에 아이 병원 때문에 늦는다는 양해를 구하고, 때론 스케줄을 조정하고 아이를 간호하는 일은 대체로 나의 몫이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휴가를 쓸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그런 가능성이 있는 곳이 시민단체인 나의 직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아이를 집에 데려다 놓고, 미룰 수 없는 일을 처리하러 가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면서 어지럽다. 나도 옮았나, 두려움이 앞선다. 엄마란 아플 자유 같은 것은 없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 아프다고 쉴 수도 없고 아이를 돌보는 일에 휴가 같은 것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두 아이를 키우며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도 초긴장 모드로 안 아프려고 노력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두 아이가 아픈 지금은 나의 건강이 더욱 절실하다. 급히 약국을 찾아 들어가 감기 초기에 먹는 약을 사먹고 고기를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 영양보충도 했다. 다행히 독감은 안 걸리고 넘어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는 참 마음이 약해진다. 일과 육아를 적당히 조정해 가며 아슬아슬 잡고 있는 균형이 갑자기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인생의 상당 기간은 누구나 자신이 아프거나 부모님이나 자식 또는 다른 가족이나 가까운 이가 아픈 시간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일정 시간 닥칠 수 밖에 없는 아픔과 돌봄의 시간들을 공평하게 분담해 가며 일과 잘 조율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실 우리 사회의 많은 비자발적 경력단절을 해결할 실마리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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