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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가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개 ‘핑코’

입력
2016.03.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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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55. 5세 추정 몰티즈 믹스

보호소에서 평생을 살면서 의기소침했던 핑코(왼쪽)가 구조된 후 미소를 되찾았다. 유행사 제공
보호소에서 평생을 살면서 의기소침했던 핑코(왼쪽)가 구조된 후 미소를 되찾았다. 유행사 제공

집을 잃어버렸거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물들이 모여 사는 보호소에 가본적 있나요. 오갈 곳 없는 동물에게 보호소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보호소에 있는 개나 고양이들의 삶과 한 가정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요.

예쁜 분홍색 코를 가진 핑코(5세 추정·수컷·몰티즈 믹스)는 수천 마리가 함께 살아가는 경기도의 한 보호소에서 대부분의 견생을 살았습니다. 구조자에 따르면 지난 해 1월 임시 보호 해줄 가정을 찾기 전까지 그 보호소에서만 3,4년 정도 지냈던 것 같다고 해요. 핑코의 나이가 다섯 살인 것을 감안하면 어린 강아지 일 때 보호소에 오게 된 것이죠.

수천 마리가 함께 지내던 보호소는 동물들에게 생존을 위한 곳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겨울에는 물이 얼어붙기 전 물을 마셔두어야 하고, 사료를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친구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죠. 아프더라도 제 때 치료조차 받기 어렵습니다. 자원 봉사자들의 손길마저 없다면 보호소 동물들은 더욱 힘든 날들을 보내야 하죠.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는 핑코가 임시 보호 가정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유행사 제공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는 핑코가 임시 보호 가정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유행사 제공

핑코는 그 중에서도 자기를 만져 달라며, 한번 만 봐달라며 환하게 웃으며 봉사자들을 쫓아 다녀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해 겨울부터 의기소침해지고 잘 움직이지도 않고 환한 웃음도 보여주지 않기 시작했다고 해요. 핑코를 눈 여겨 보던 봉사자가 보다 못해 핑코를 데리고 나왔고, 지금은 한 위탁 가정에서 지내면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을 무척 따르고, 보호소에서 다른 친구들과 지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른 개들과도 잘 지냅니다. 하지만 누나는 괜찮은데 형들은 좀 무서워한다고 해요. 그래도 시간을 갖고 애정을 쏟아주면 핑코도 마음 문을 열겠지요. 봉사자들이 “너~무 착하다”며 예뻐하는 핑코에게 보호소나 임시 가정이 아닌 평생을 함께 해 줄 가족을 찾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입양행사에 나온 핑코가 환하게 웃고 있다. 유행사 제공
매주 토요일 서울 이태원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입양행사에 나온 핑코가 환하게 웃고 있다. 유행사 제공

▶입양문의: 이태원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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