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회, 구상권 청구에 강력 반발
벌금폭탄에 이어 34억원 손해배상까지
시민단체들, 소송 즉각 철회 촉구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대한 책임이 주민들에게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자 “주민들 다 죽이고 재산도 다 가져가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강정주민들은 30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해군기지의 공사가 지연된 가장 큰 요인은 제주도가 내린 공사중지 명령과 태풍 때문”이라며 “하지만 해군은 제주도에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으면서 가장 힘 없는 강정주민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공사 지연은 주민들의 반대운동 때문이 아니라 항만 설계 오류, 해군기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에 따른 청문회, 15만 톤급 크루즈선 2척의 입ㆍ출항 가능 여부를 검증하는 해군기지 시뮬레이션, 오탁수방지막 훼손, 태풍으로 인한 케이슨 파괴 등 해군이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면서 발생한 측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강정주민들은 또 “해군은 처음부터 주민과 상생을 외쳤고, 지난달 해군기지 준공식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축전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는 해군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해군은 지난 10년 동안 경찰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건설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연행하고 기소해서 수억 원이 넘는 벌금폭탄까지 떠안긴 것도 모자라 주민들에게 구상권까지 청구했다. 이 것이 상생하는 방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은 “해군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유발된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정주민들이 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제주도민들을 비롯해 도지사, 도의회, 국회의원 후보들 모두가 강정주민들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어이없고 황당할 뿐이다. 해군기지가 준공된 후 마을주민들도 본업인 농사꾼으로 돌아가 옛날처럼 조용히 살아가려고 했다”며 “이제까지 실컷 두들겨 팼으면 치료는 못해줄망정 더 이상 주민들을 건들지 않는 양심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날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강정법률모금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졸속공사의 책임이 있는 해군이 평화로운 저항을 이어온 강정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에게 공사 지연 책임을 뒤집어씌운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해군의 구상권 청구소송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군은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와 강정주민, 평화활동가 등 개인 117명을 대상으로 해군기지 공사 지연에 따른 손실을 배상하라며 구상권 행사(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구상권 청구 금액은 공사 지역에 따른 추가비용 275억원 중 34억5,000만원이다. 앞서 제주해군기지 1공구 건설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 배상금 360억원을 해군에 청구했고, 배상금은 대한상사중재원은 중재를 통해 275억원으로 결정됐다. 또 삼성물산 외에 2공구 공사를 맡은 대림산업도 해군에 배상금 230여억원을 청구해 대한상사중재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추가 구상권 행사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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