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투표율이 높고 가난한 사람은 낮다는 가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총선과 지방선거 등 최근 4차례의 전국 선거를 분석한 결과, 집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10~15% 포인트 투표율이 높았다(‘표심의 역습’ㆍ2016). 잘사는 동네의 투표율이 높은 경향은 동네 별 집값과 투표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손낙구의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에서도 상세히 분석됐다. OECD가 발표한 2012년 행복지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소득 상위 20%의 투표율은 91%인데 반해 하위 20%는 59%로 격차가 32%에 달했다. 소득불평등이 정치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지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 지역구 비중이 높은 우리 선거에서 전ㆍ월세 거주자는 정치 참여의 기반이 되는 동네 공동체 의식이 희박하다. 2년이 지나면 주민 3분의 1이, 5년 뒤에는 3분의 2가 바뀌는 점을 감안하면 셋방 거주자들은 현재 사는 동네를 ‘우리 동네’가 아니라 곧 떠나야 할 곳으로 인식한다. 저소득층의 투표가 여의치 않은 더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대체로 20ㆍ30대의 알바나 일용직, 비정규직 종사자라는 데 있다. 개인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상황이 투표를 막는 요인이다. 중앙선관위의 18대 총선 유권자 조사에서는 10명 중 3명은 투표일에 일하러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20ㆍ30대가, 직업군 가운데는 블루칼라가 많았다.
▦ 헌법에는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이, 공직선거법 제6조에는 선거권 행사를 보장하는 공휴일 조항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정공휴일은 엄밀히 말해 관공서에만 적용되는 게 현실이다. 근로기준법 10조에도 ‘공민권 행사의 보장’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 서비스업이나 영세 사업장인 경우 기업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 여야의 분탕질 공천 여파로 정치 혐오가 심해져 20대 총선 투표율이 낮아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20년간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던 18대 총선(46.1%) 수준을 점치기도 한다. 특히 저소득층과 젊은층의 투표를 막는 사회적 요인에 정치 무관심까지 더해져 투표 포기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저소득층의 선거 불참은 구태정치를 바꾸지 못하고, 이는 다시 정치혐오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선거 소외층이 투표장에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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