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은 2014년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함께 제약업계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한미약품, 녹십자보다 1년 앞섰다. 비결은 원료 의약품이다. 원료의약품은 지난해만 1,900여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등 해마다 유한양행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원료의약품이란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 형태의 완제 의약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주성분과 보조성분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특정 효능을 갖는 성분을 의약품으로 만들려면 복용이나 주입이 용이하고 체내 흡수도 잘 되도록 가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성분 외에 불쾌한 맛을 없애는 등 다양한 기능의 보조 성분이 필요하다.
유한양행은 원료의약품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유명 제약사들과 윈윈(win-win)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약 제조에 필요한 성분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대형 제약사라 하더라도 모든 원료의약품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긴 쉽지 않다. 유한양행은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개발 초기부터 원료의약품 공급자로 참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양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수록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다국적 제약사도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해당 신약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유한양행은 자연스레 새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원료의약품 역시 신약 못지 않은 연구개발(R&D)이 필수다. 신약을 수출할 때 해당 국가의 허가심사를 통과하려면 신약에 들어간 원료의약품도 모두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완제품에 맞는 적절한 원료를 찾아내 합성하고 양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연구가 관건”이라며 “이 같은 기술력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제조사인 로슈도 유한양행을 원료 공급 파트너로 선정했다.
원료의약품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유한양행은 경기 안산 제1공장에 이어 경기 화성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올 하반기엔 개발도상국으로도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성장기반 위에서 유한양행은 올해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와 올해 바이오니아, 코스온, 제넥신, 이뮨온시아 등 유망한 생명공학 기업에 각각 100억~200억원씩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이유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들 기업과 분자진단, 면역치료, 항체융합 같은 첨단 원천기술을 개발, 또 다른 성장동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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