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비노조 교사들이 교원노조의 '노조비 강제 징수'에 반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4대 4의 동수 판결을 내렸다. 앤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이 지난달 급작스럽게 사망한 이후 대법관 숫자가 8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첫 동수 판결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도 진보 성향의 후임 대법관 지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동수 판결로 향후 미국 대법원의 커다란 이념 지평 변화가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주의 레베카 프레드리히 등 비노조 교사 10명이 캘리포니아 교원노조의 노조 대리비 징수에 반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4대 4 판결을 내렸다. 미국에는 대법원에서 동수 판결이 나올 경우 하급법원의 판결을 따르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이 손을 들어준 교원노조가 최종 승리를 거두게 됐다. 보수 성향의 스캘리아 전 대법관이 사망하기 전인 지난 1월 구두변론 때만 해도 비노조 교사 측의 승소가 점쳐졌으나 진보와 보수 대법관의 수가 같아지면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비노조 교사와 노조 간 갈등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파워게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이번 판결은 더욱 파장이 크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23개 주의 공무원들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노조의 단체교섭으로부터 임금인상 등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에 일종의 대리 비용을 납부하고 있다. 이에 항의해 개인권리센터(CIR) 등 보수 단체들은 노조 대리비 강제 징수가 표현과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화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보수단체들은 앞으로도 계속 노조에 비용을 댈 수밖에 없고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기반이기도 한 공공노조는 존립의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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