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과 검찰, 경찰, 군 등 수사ㆍ정보 기관이 언론인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들 기관이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언론인 97명의 통신자료를 194차례나 조회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일보 기자도 아홉 명이나 포함돼 있다. 조합원 일부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회의원, 노동시민단체 관계자, 교수, 변호사, 대학생 등의 통신자료 조회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데 취재 및 보도 활동을 하는 언론인의 개인정보까지 조회했다니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는 수사ㆍ정보 기관이 재판ㆍ수사ㆍ형 집행ㆍ국가안보 위해 방지를 위해 이동통신 등의 가입자 이름,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돼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이들 기관은 2014년 1,297만건, 지난해 상반기 590만 건의 통신자료를 넘겨받았다.
그런데도 당사자는 통신사에 따로 물어보지 않는 한 자신의 정보가 수사ㆍ정보 기관에 넘어갔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해당 기관이 자신의 정보를 왜 조회하는지, 악용의 소지는 없는지 등도 알지 못한다.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이용, 관리, 폐기되는지도 알려주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
드러난 정황으로는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의 인적 사항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국민의 정보를 당사자에게 알려주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집하는 것으로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통화내역도 아니고 이름, 주민번호 등 기초 정보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민번호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추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니 가벼운 일이 아니다. 언론인이라면 제보자나 공익신고자 등 누구와 접촉했는지가 나오기 때문에 언론 자유가 위축될 소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개인정보가 한 해 1,000만 건을 넘는다는 점을 들어 수사ㆍ정보 기관이 수사와 상관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 축적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강신명 경찰청장이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수집 이유를 밝히지 않겠다고 하는 등 해당 기관은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무리 수사상 필요하다고 해도 수사ㆍ정보 기관이 제약 없이 개인정보를 마구 가져가는 것은 시민 불안을 키울 뿐이다. 이런 불안을 덜기 위해서라도 통신자료 조회 요건을 한결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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