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안애순 '이미아직' 유럽무대 나선다
▲ 이미아직 공연장면
▲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의 작품이 프랑스 초일류 무대에 올려진다.
무용을 전문으로 하는 프랑스 파리 사요국립극장에 올려지는 작품은 현대무용 안무가 안애순(56·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작품 '이미아직'(Already Not Yet)이다.
안 감독의 유럽 무대 진출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이번 사요국립극장 공연이 아시아 국립단체 안무가로서는 최초라는 점이다.
사요국립극장은 아시아권의 무용에 대해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사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아직이 고품격 프랑스 무대에 진출하게 된 것은 뛰어난 작품성 외에 행운도 있었다. '2015~2016년 한불 상호 교류의 해'를 맞이해 프랑스 사요국립극장은 국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미아직'은 사요국립극장이 처음으로 공식초청작 라인업으로 선정했다. 공연은 프랑스 샤요국립극장 내 1,200석 규모의 장 빌라르홀 무대(2016.6.9.~6.11)에서 코리아 포커스 개막작으로서 첫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이미아직의 유럽공연은 파리 사요국립극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요국립극장 공연이 끝나면 벨기에 리에주극장(6.14.) 그리고 루마니아 시비우 페스티벌(6.17)에서 연이어 무대에 올려진다.
이미아직은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꼭두'를 모티프로 한국의 샤머니즘 미학을 현대적 삶에 비추어 재해석한 작품이다. 상여에 매달린 망자의 길잡이 꼭두는 죽음과 삶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상징물로, 낯설고 두려운 죽음조차 일상으로 끌어안는 한국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작품 속에서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귀신이라는 비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이 귀신의 죽음은 도깨비로 나타나 여전히 살아있는 자에게 역설적으로 해학을 선물한다. 죽음으로 내몰린 자들의 넋을 어루만지는 공동체의 제의, 그 끝은 되레 도깨비의 놀이로써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안애순 감독은 "'현대무용은 이렇다'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게 가장 큰 새로움이다. 이번 작품은 진화된 융복합의 의미로 죽음에 대한 새로운 탐색을 통해 한국의 문화적 폭발성을 전하고자 했다"며 "순수 국내 창작 작품이 유럽 무대에 당당히 진출한 것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미아직의 유럽진출에는 에피소드가 있다. 평소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문화계 샤요국립극장 관계자는 안애순 안무의 '불쌍'에 큰 흥미를 가지고 초청을 협의했다. 그러나 안 감독의 다음작 '이미아직'을 보고 고민했다. 사요극장측은 보다 깊이있는 한국의 장례문화와 철학을 만날수 있는 '이미아직'을 최종 선택했다.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은 2008년 이후 무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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