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레 소송'으로 본 상표권 침해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한국의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TV 광고에 자신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미국의 농구스타 마이클조던이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6년만에 거액의 합의를 성사시킨 바 있어 펠레의 선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펠레 "삼성전자, 계약 결렬되자 무단 도용"

펠레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상표권 침해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사실은 뒤늦게 시카고 지역 신문과 AP통신 등 현지 외신들을 통해 알려졌다. 펠레는 마이클 조던의 소송을 맡았던 로펌 '쉬프 하딘(Schiff Hardin)' 소속 프레드 스펄링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고용해 이달 초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소장에서 펠레 측은 삼성전자가 자신과 TV 모델 광고 계약 협상을 진행하다가 결렬된 이후 그와 흡사한 모델을 광고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즈 TV 광고를 보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흑인 중년 남성 모델이 자신과 매우 닮았고 TV 화면 속 축구선수가 바이시클킥(가위차기)를 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바이시클킥은 펠레가 현역 시절 자주 구사하던 슛 기술 중 하나다.

▲ 펠레(왼쪽)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시카고 트리뷴에 소개된 자료화면 캡처

시카고 지역지들은 이번 소송에서 펠레 측이 약 3,000만달러(약 35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송에 들어갈 경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과 펠레 일대기를 그린 영화 개봉으로 배상금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프로 축구계에서 은퇴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그가 세운 최다득점 기록은 깨지지 않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펠레를 '20세기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선정한 만큼 그의 가치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스펄링 변호사는 현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펠레의 정체성을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받고 이와 같은 사태 재발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 유명인 상표권 침해, 국내외 몸살 앓는 기업들

앞서 언급한 펠레처럼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통해 공방을 나눈 여러 가지 사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프로농구계의 유명 스타인 마이클 조던은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2곳과 벌인 상표권 소송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시카고에 위치한 '쥬얼-오스코(Jewel-Osco)'와 '다미닉스'(Dominick's)'는 마이클 조던이 '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라는 잡지에 축하 광고와 동시에 회사 상품정보를 노출한 광고를 게재했다. 이에 마이클 조던은 상품 및 서비스 광고에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23번)를 사전 동의 없이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 마이클 조던이 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자 자사의 상품을 노출한 축하 광고를 내보낸 다미닉스(왼쪽)와 쥬얼-오스코. AP 연합뉴스

이후 다미닉스와 쥬얼-오스코는 모기업간 합병이 진행되면서 같은 회사로 통합 변경됐고 소송에 공동 대응하게 됐다. 마이클 조던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용한 광고의 가치가 최소 1,000만달러(약 115억원)이라고 주장했고 시카고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다미닉스 측에 890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역지인 시카고 트리뷴은 법정 기록을 토대로 지난해 12월 재개될 예정이던 재판 일정이 취소되고 마이클 조던과의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유명인과 기업간 상표권 침해 논란이 있었다.

LG생활건강은 자사의 '아쿠아 틴티드 루즈' 제품 소개에 '블락비 지코립' 문구를 사용해 왔다. 문제는 가수 '블락비'의 멤버이자 힙합 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지코의 동의 없이 문구를 삽입했다는 것이다.

▲ 블락비 지코립이라는 명칭(위)을 사용했던 LG생활건강은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문구를 수정하고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 비욘드 홈페이지 캡처

지코의 소속사 세븐시즌스에 따르면, LG생활건강 측은 오래전부터 지코립 혹은 지코틴트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고 많은 사람들이 지코와 관련된 제품인 것으로 오해를 사게 했다. 지코라는 브랜드 파워를 무단 이용해 매출을 올려온 것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다고 세븐시즌스는 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LG생활건강 측은 지난해 하반기 공문을 통해 세븐시즌스에 사과의 뜻을 전달했고 해당 쇼핑몰에 올라온 사진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통해 나온 명칭을 편의를 위해 사용했던 것이라며 이제와서 논란이 확대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언론에 공개된 LG생활건강의 공문을 살펴보면 두 번째 답변서에 사과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법적으로 볼 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게재돼 있다. 현재 세븐시즌스는 LG생활건강 측에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의 관계자는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등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데 반해 무단 사용 후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며 "유명인이 미치는 파급력과 브랜드 파워를 생각해 본다면 정당한 계약 관계를 통한 이미지 사용은 필수"라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