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KBS1 사극 ‘장영실’관련 인터뷰였지만 배우 송일국(46)은 삼둥이와 아내 얘기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24부작이었던 ‘장영실’은 그에게 “사극이 힘들다고 하지만 부담 없어서 이런 식이면 계속 할 수 있다”고 농담도 했다.
그러면서도 ‘장영실’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보였다. “너무 시대를 앞서간 분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다”는 그는 “한 5세기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과학을 더 빛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극중 과학자인 장영실이 자격루 등을 발명하며 그린 설계도도 송일국의 작품이다. 원래 연기 전공이 아닌 산업디자인학과를 지망했던 그이기에 설계도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취미로 컴퓨터를 직접 조립하는 실력이라면 설계도의 원리를 그 누구보다 빨리 이해했을 터다. ‘장영실’을 끝내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는 이내 웃었다. 바로 아이들과 다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다.
어쩌면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 아빠로 더 유명해진 송일국은 얼마 전 제주도로 가족 여행도 다녀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등 구경도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며 자랑하는 모습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 송일국 그 자체다.
“삼둥이 팬들이 아이들 사진 잘 찍으라고 휴대폰도 바꿔줬다”는 송일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삼둥이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해외 팬들도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더군요. 사진을 올려 소식을 전하길 잘한 것 같아요.”
다음은 송일국과의 일문일답.
-‘장영실’을 끝낸 소감은?
“하다만 듯한 느낌도 든다. 컴퓨터그래픽(CG)가 많아서 초반에는 사전제작으로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출연했던 사극과 비교하면 가장 쉽고 편하게 했다. 대사가 어려워 힘들기도 했지만.”
-위인으로 한 동안 산 소감은?
“안타까웠다. (장영실은)너무 시대를 앞서간 분이다.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렇게까지 대단하신 분인지 몰랐다. 드라마를 다 끝내고 나니 너무 시대를 앞서간 천재가 아니었나 싶다. 한 5세기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과학을 더 빛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극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목소리)톤 조절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많이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간 힘 있는 걸 많이 해서 조금 내려놓고 풀어지려고 노력했다.”
-짧았는데 아쉬운 점은?
“살을 조금 더 빼고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감독님께 약속한 게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다”
-내려놓으려고 노력했다는 게 무엇인가.
“지금까지 장군이나 왕을 했다. 톤 자체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장영실’은)노비에서 출발하다 보니 그런 거를 좀 빼려고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스트레스 푼다고 소리도 좀 지르기도 했다. 목소리 낮추고 굽실거리는 신이 많아서 현장에서 막 소리를 질렀다. 하하.”
-사극을 많이 하는데.
“그런 배역이 많이 온다. 왜 그러는 지 내가 궁금할 정도다. 장영실은 좀 의외이긴 했다. 아이들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장영실’의 김영조 PD님도 장영실로 저를 생각 못했는데,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시곤 ‘송일국씨에게 저런 면이 있구나’해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하시더라.”
-‘장영실’에서 곤장 맞는 장면을 보고 삼둥이 반응은?
“평소에 아이들과 같이 짓궂게 놀아주는 편이다. 그래서 아내도 나를 ‘큰 아들’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아빠가 맞으니 좋아하더라.”
-삼둥이가 ‘장영실’에 카메오 출연했는데.
“그때 현장 분위기가 무서웠다. 강풍기로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장면이 있었고, 보조출연자들이 소리 지르면서 뛰어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그랬더니 삼둥이가 ‘옛날 사람들 무섭다’고 한동안 그러더라.”
-곤장 맞을 때 어땠나.
“엉덩이에 보호대를 했는데도 피멍이 들었다. 내가 몇 번 보조출연자에게 때리는 연기 시범을 보이기도 했는데 아팠다. 적어도 30대는 맞은 듯하다.”
-극중 나온 설계도를 직접 그렸다는데.
“거의 대부분 다 그렸다. 일반적인 회화보다는 내가 전공하려고 했던 분야가 산업디자인학과다. 배우지 않아도 기본은 할 정도로 그렸다. 소품팀이 그리는 것보다 내가 잘해서 웬만하면 내가 다 했다. 원래 고치는 거 좋아해서 공구 박스가 3개다. 드릴도 종류별로 있다. 일단 감독님이 좋아하더라. 아마 자격루의 원리를 내가 가장 잘 이해하지 않았을까.”
-기존 사극 속 장영실과는 다르던데.
“외모가 곰 같았다. 댓글 중에는 ‘노비가 너무 잘 먹는 것 아니야’하는 것도 있다더라. 하하.”
-배우들과의 호흡은?
“세종으로 나온 김상경과 데뷔작이 같다. MBC ‘애드버킷’이다. 나이도 비슷해 서로 잘 통했다. 또 김영철 선배가 엄청 챙겨줬다. 예전에 SBS ‘야인시대’ 때 외할아버지(김두한) 역할을 하셔서 그랬던 것도 같다. 조상덕을 많이 봤다. 현장에서.”
-댓글은 자주 보나.
“내 것은 안 본다. 신기한 게 아이들 건 보게 되더라.”
-삼둥이가 배우를 한다면 누가 잘 할까.
“나는 어머니가 뭐 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았다. 우리 애들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한다. 그런데 셋 다 배우가 될까 봐 걱정스럽긴 하다. 그러지는 않겠지. 현재까지는 만세다. 지금까지 자라온 걸 보면 감성이 가장 풍부하다. 아내가 한 번 상갓집을 다녀왔는데 대한, 민국이는 ‘왜 죽었어요?’하고, 만세는 ‘엄마, 슬프겠다’고 말하더라. 감성이 다르다. 한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찌 그렇게 다른지. 만세는 좀 다르다.”
-삼둥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데.
“나도 놀랐다. 2주 만에 100만명이 다녀가셔서. 무척 궁금해하시더라. 아쉬워하시고. 올려야지 했는데 그전부터 SNS 계정을 가지고 있긴 했다. 좋은 사진들 찾아보려고 했다. 집에 외장하드가 산처럼 쌓여있다. 농담으로 블랙홀 하드라고 한다. 하하. 그 안에 있는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다. 의외로 국내 팬들보다 해외 팬들이 많다. 외국 팬들이 궁금해하는 데 사진 올리길 잘했다 싶다. 지금은 휴대폰에 있는 사진만 올린다. 외장하드에 있는 것은 올리지도 못했다. 팬들이 잘 올리라고 휴대폰도 바꿔주셨다. 아! 내 팬이 아니고 삼둥이 팬들이.”
-아이들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촬영 끝나서 아쉬워하지 않나?
“잘 모른다. 아내와도 아이들이 모를 때 시작해서 모를 때 끝내자고 했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병행할 순 없었다. 적절한 시점에 가장 잘 나온 것 같다.”
-제주도로 휴가를 떠난 이유는.
“아내가 촬영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원래 드라마 끝내면 꼭 여행을 같이 간다. 지금이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 다녀왔다.”
-혼자 활동하다 연예기획사에 들어간 이유는?
“이런 거(언론과의 인터뷰) 때문이다.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드라마 끝나고 인터뷰하게 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좋다. 진작 옮길 걸 하고 후회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극 이미지 강한데.
“앞으로도 (사극은)할 거다. 딱 하고 싶을 때 ‘장영실’이 들어왔다. 오히려 왕이나 장군, 문관보단 무관 이미지가 강해서 정반대되는 캐릭터가 아쉬웠다. 스타일 자체가 얼굴이 클래식해서 시대극이나 사극에 잘 맞는 듯하다. 실제로도 현대극보다는 사극이 (시청률에서)잘됐다.”
-현대극에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
“아이들 키우려면 정말 돈 많이 들어간다. 들어오는 것 다할 것이다. 이젠 ‘똥 오줌 가릴 때’가 아닌 듯하다. 하하.”
-코믹한 것도 상관없나?
“저예산이라서 개봉할지 모르겠지만 영화 한 편 2년 전에 찍었다. 영화 ‘플라이 하이’인데 삼류 조폭으로 무섭게 나온다. 그런데 내가 반대 설정을 했다. 코믹한 요소를 넣어서 시종일관 욕만 한다. 아이들이 준 선물인 듯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많이 바뀌었다. 나는 못 느끼는데 주변에서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부드러워지고.”
-이지훈과의 호흡은?
“지훈이가 사극을 처음 해봐서 방향을 못 잡고 있을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 내가 누굴 가르칠 입장이 아니어서 어머니(김을동)에게 부탁해 지훈이를 데려갔다. 어머니가 한 시간 정도 연기 지도를 하셨다. 어머닌 원래 전광렬 박상원 선배 등에게 연기 지도하신 적이 있다. 예전에 박상원 선배도 오디션 보러 가기 전에 어머니께 지도를 받고 가서 합격한 경우도 있다더라. 아마 연기로서는 족집게 과외가 아닐까. 하하. 지훈이도 목소리 톤을 잡는 등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
-배우 유동근과의 인연이 특별하다던데.
“내가 배우를 하게 길을 열어주신 분이 유동근 선배님이다. 내가 백수로 어머니 매니저처럼 운전할 때 ‘네 인물이면 배우 하겠다’고 말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유동근 선배께 조언을 구하곤 한다. 사실 ‘슈퍼맨이 돌아왔다’ 할 때 정말 고민 많이 했다. 아내가 마지막 카드로 유동근 선배한테 전화를 걸어보자 했다. 걱정했는데 오히려 ‘해야지!’ 하셨다. ‘아마 너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해주셨다. 또 작품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전화를 드린다. 인생의 멘토 같은 존재다”
-취미가 많은 것 같다.
“워낙 취미가 많고 다양하다. 사진촬영도 하고, 카메라도 모으고, 승마도 즐긴다. 또 골프 대신 폴로를 한다. 폴로 경기장이 제주도에 딱 하나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가곤 한다. 폴로는 한 팀이 4명이어서 아이들과 하면 좋을 듯하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말 타는 것도 가르쳐주고 폴로도 함께 해보고 싶다.”
-‘장영실’은 결과적으로 만족하나?
“요즘 드라마 중에는 애국가 시청률도 많은 데 만족한다. 첫 방송 시청률 보고 많이 놀랐다. 12%대였는데 너무 좋았다. 10%만 넘었으면 했는데 말이다.”
-아이들과 또다시 예능 출연할 계획은.
“아이들 위한 예능이라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했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예능감이 없어서 못할 듯하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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