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는 4월1일 개막전에 맞춰 홈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초대형 전광판 ‘빅보드’를 선보인다. 규모는 전 세계 야구장 가운데 가장 크다. 가로 63.398m, 세로 17.962m, 총 면적 1,138.75㎡ 규모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 전광판(가로 61.42m, 세로 17.28m, 총면적 1,061.34㎡) 크기를 뛰어넘는다. 쉽게 설명하면 빅보드는 2,580인치 TV다.
SK가 새 전광판을 세계 최대 규모로 지은 이유는 상징성이다. 권철근 SK 구단 마케팅 팀장은 “의외로 인천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없었다”며 “인천공항은 한국을 대표하는 정체성에 가깝고, 관광객들은 인천을 무조건 거쳐 가지만 가까운 서울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시도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문학경기장 전체가 활성화되면 경제 활동도 늘어나고 인천시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축 구장들의 잇단 등장에 SK는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전광판 교체를 선택했다. 국내에는 벤치마킹 할 대상을 찾지 못해 프로스포츠가 활성화 된 미국을 직접 찾았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을 연고로 하는 풋볼팀 잭슨빌 재규어스의 홈 경기장이 좋은 참고 사례가 됐다.
이 팀은 미국프로풋볼(NFL)의 30번째 구단으로 가장 짧은 역사에 시장도 82만 명의 소도시로 작다. 스타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꾸준한 성적도 내지 못했다. 잭슨빌은 구단의 아이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결과 ‘세상에서 가장 큰 전광판’을 만들기로 했다. 규모는 가로 110m, 세로 18m에 달한다.
김재웅 SK 구단 전략프로젝트팀 매니저는 “잭슨빌 관계자를 만나 ‘왜 이렇게 큰 전광판을 지었느냐’고 물어보니 ‘이런 전광판이 있으니까 SK에서도 지금 보러 온 것 아닌가’라는 답을 하더라”면서 “미국 다른 도시 사람들도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전광판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잭슨빌로 옮긴다고 했다”고 밝혔다.
SK 구단은 ‘빅보드’를 ‘세상에서 가장 큰 스마트 TV’라고 자부한다.
기존의 경기 운영 보조 장비였던 전광판의 한계를 벗어나 콘텐츠 제공 플랫폼으로서 전용 드라마, 현장 LIVE 영상, 매거진 프로그램 등 사전 편성 계획에 기반한 콘텐츠를 연속성 있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 프로야구단 최초로 방송 PD와 작가를 투입한다. 스마트 TV처럼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빅보드를 통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SK는 또한 팬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기 위해 빅보드로 영화를 보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권 팀장은 “영화는 판권이 있기 때문에 멀티플렉스사들과 제휴 형태로 상영을 추진 중”이라며 “야간에 보는 빅보드는 낮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평일은 경기가 끝나면 너무 늦고, 오후 5시에 경기를 시작하는 토요일이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인 야구 경기 역시 TV 중계방송에서나 볼 수 있는 ‘4D 리플레이’ 화면을 빅보드로 볼 수 있다. 지난해 SBS스포츠가 선보였던 4D 리플레이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반쯤 뒤로 누워 날아오는 여러 개의 총알을 피할 때 구현돼 대중들에게 익숙한 영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정면, 측면, 후면 등 360도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SK는 DSLR 카메라 48대를 구장 곳곳에 설치했다. 이로써 각 베이스를 포함해 투구, 타격, 수비 등 선수들의 순간적인 플레이를 포착한 입체적인 화면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4D 리플레이의 특징은 플레이 종료 후 실시간(5초 내외)에 가까운 4K UHD급의 고품질 영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선수들의 다양한 기록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비주얼 스탯츠(Visual Stats)도 선보인다.
김재웅 SK 구단 전략프로젝트팀 매니저는 “중계방송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급 화면과 색다른 볼거리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며 “4D 리플레이는 빅보드에 안성맞춤인 콘텐츠다. 현장에서 경기 결과나 흐름을 좌우하는 순간의 장면을 빅보드를 통해 체험한다는 자체가 지금까지 없었던 파격적인 관람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는 빅보드를 무기로 올 시즌 2012년에 이어 구단 사상 2번째 100만 관중을 돌파를 목표로 세웠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관광객의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이는 한국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의 방향과도 궤를 같이 한다. KBO는 지난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야구협회(CBAA) 및 CBAA가 지정한 독점적 상업 운영 기구 헝달연합(CBL)과 업무협약을 맺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권 팀장은 “인천관광공사와 연계해 세계 야구장에서 가장 큰 전광판을 중국 관광객들이 보러 오는 관광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중국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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