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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축구' 조태룡 강원FC 대표 "넥센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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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축구' 조태룡 강원FC 대표 "넥센과 비슷하다"

입력
2016.03.3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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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사진=조태룡 대표 제공

프로야구단 단장이 프로축구단 대표이사로 변신했다. 보기 드문 이적 사례다. 종목 변경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조태룡(52) 강원FC 신임 대표이사는 "인생은 어드벤처"라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조 대표는 늘 모험을 피하지 않았다. 동부그룹에 입사해 푸르덴셜 생명과 교보생명, 삼성생명 본부장을 지낸 금융인 출신의 그는 2009년 넥센 단장으로 임명됐다. 이장석 넥센 구단 대표는 "구단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할 수 없는 전문가"라고 그를 소개했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당시만 해도 구단 존립에 대해 의심을 받았지만 네이밍 스폰서를 도입하는 등 자생력을 키우면서 이제는 프로 구단의 새로운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시민구단으로서 생존에 대한 모색을 해야 하는 강원FC가 조 대표를 주목한 이유다. 강원FC는 최근 구단 내 비리 등의 내홍까지 겪으며 고전하고 있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강원FC는 조 대표의 국내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또 한 번 익숙한 길 대신 험하고, 낯설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지난 24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제 스타트할 준비를 했다"며 "강원도민들이 강원 FC를 프라이드로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종목'을 바꾼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언제 처음 요청을 받았나.

"최문순 강원도지사님의 요청을 받았다. 두세 달 전 처음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엔 생각을 하지 않았다가 계속 말씀을 하셔서 자료를 요청을 해 봤다. 강원FC가 2008년 말 창단해 2009년 첫 시즌을 치렀다. 나는 2008년 창단한 넥센에 2009년 부임했다. 뭔가 나랑 만들어 놓은 인연 같은 느낌이 들었다. 50대가 중요한 시기인데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 내 전문성을 펼쳐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축구는 좋아했나.

"야구단에 처음 왔을 땐 현역 야구 선수 이름을 한 명도 몰랐다. 하지만 그래도 축구는 박지성 선수를 보며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도 봤고, 2002년 한일 월드컵도 있었고, 관심이 있었다. 야구와 호흡은 완전히 다르다. 26일에 창원에서 경남 FC와 첫 경기를 했는데 졌다. 매일 경기가 있는 야구와 달리 호흡이 길다. 한 번 지면 일주일이 힘들다. 다음 경기 이길 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다.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웃음)"

-프로 스포츠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강원도행을 결정한 이유는.

"강원도와 세 번의 인연이 있다. 군대 생활을 철원에서 했다. 관동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고, 첫 직장은 동해시 동부제강(현 동부메탈)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인연을 맺은 강원도로 꿈과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다. 강원FC 주주가 6만8,896명이다. 그 분들이 가족과 함께 이번 시즌 홈 구장 전 경기(20)를 꼭 와주셨으면 한다. 입장 수익만으로도 선수 영입과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완성해 명문구단의 도약 발판이 될 수 있다."

-시민 구단인 만큼 모기업이 없는 넥센과 비슷한 상황일 것 같은데.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넥센 초기보다는 양호한 부분이 있다. 강원FC는 초창기엔 단일 리그여서 매진도 많이 되는 등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열기가 식은 것이다. 초창기의 넥센보다 팬덤은 더 좋다. 넥센의 경우 서울시에 두 개(LG, 두산)의 경쟁 구단이 있었지만 여긴 지역 토착 연고(강릉)이다."

-자생력을 키우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강원 도민들의 마음을 축구장으로 끌어낼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강원도는 예전 강릉 농상(농고-상고)전에서 보듯 축구 열기가 뜨거운 곳이다. 지금은 경기력이 떨어지다 보니 마음이 떠나셨지만, 강원도민들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잘 알고 있다. 도민들께서 도를 대표하는 프로 선수들이 뛰는 걸 뜨겁게 봐주신다면 선수들의 의지도 불타오를 것이다. 대신 나는 강원 FC의 사장으로서 그 동안의 불신을 지우기 위해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강원FC 대표로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팬을 모으는 게 1순위다. 구단 경영은 큰 마차의 수레와 같다고 본다. 한 쪽 바퀴는 경영을 축으로 하고, 다른 한 쪽은 경기력이다.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전진할 수 있다. 경영 축을 통해 운용할 수 있는 자본을 충분히 획득하면 경기력에 투자할 수 있다. 선수 수급을 하거나 유소년을 육성하면 경기력이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양쪽이 동시에 굴러가게 된다. 지금은 수레가 서 있는 상황이다. 경영을 먼저 가동하는 게 중요하다. 경기력 축은 단기적으로는 선수 수급, 중장기적으로는 유소년 육성을 강력하게 추진해 명문팀으로 성장할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와도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이장석 대표가 워낙 뛰어나 많이 배웠다. 이 대표팀은 통찰력이나 분석력, 경영 능력 등 많은 부분이 탁월하시다.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가서 잘 하라고 하시고, 서울과 거리가 멀어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웃음)"

-강원 FC 대표이사로서 그리는 큰 그림은.

"강원도민들이 강원 FC를 프라이드로 느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강원도의 자랑은 강원 FC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양양 공항으로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바다만 보고 가실 게 아니라 우리가 유럽 여행을 가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는 것처럼 강원 FC 경기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또 강원랜드가 유니폼 스폰서이지만 '강원 하이원 FC' 같은 더블 네이밍도 고려 중이다. 도민들의 도움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년에 20번의 홈 경기를 커피숍에 적립 스탬프를 찍듯 와주셨으면 좋겠다. 1년에 20번을 모두 와주시는 분들을 위해 프로모션을 하려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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