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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흥행요소 갖췄지만...볼거리 넘치는 무대에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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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흥행요소 갖췄지만...볼거리 넘치는 무대에 피로감

입력
2016.03.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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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옥주현이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무희 마타하리의 '사원의 춤'을 재현한 장면. EMK 제공
배우 옥주현이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무희 마타하리의 '사원의 춤'을 재현한 장면. EMK 제공

뮤지컬 대박 공식을 파노라마처럼 펼치는 공연이 끝나면, 환희보다 피로감이 몰려온다. 인도 무희를 재현한 고혹적인 춤부터 세계 최고급 무대 메커니즘을 갖춘 ‘위키드’(무대 자동화 장치 15대)의 2배 넘는 최신기술(29대)까지 볼거리는 넘치지만 엉성한 스토리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 관객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지르는’ 넘버가 3시간 내내 흐르지만 끝내 ‘한 방’은 나오지 않는다.

2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초연한 뮤지컬 ‘마타하리’는 공연 제작에서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적게는 125억원(국내 초연 비용 기준)에서 많게는 250억원(제작사 바람처럼 해외 진출한다면!)까지 추산되는 엄청난 제작비로 준비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등 유럽 중세를 배경으로 한 라이선스 뮤지컬로 입지를 다진 제작사 EMK의 첫 창작뮤지컬이다.

그간 노하우를 반영하듯 뮤지컬의 핵심인 연출(제프 칼훈), 작곡(프랭크 와일드혼)를 비롯해 극작(아이반 멘첼), 작사(잭 머피), 편곡(제이슨 하울랜드)까지 주요 스태프를 모두 외국 창작진으로 꾸렸다. 해외 수출 시 공연권을 한국제작사가 갖는다 해도, 이 작품을 순수 국내 창작뮤지컬로 보긴 어려운 이유다.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네덜란드 출신의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에 ‘러브라인’을 추가했다. 마타하리가 사랑한 남자인 파일럿 아르망, 마타하리를 스파이로 만드는 프랑스 대령 라두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나쁜 남자’ 라두가 치명적 매력의 마타하리를 마음에 품는다는 설정은, 아르망이 그녀의 스파이짓을 감시하기 위해 투입된 인물이었다는 반전과 맞물리며 진부한 삼각관계 연애사가 된다.

이름만으로 공연을 매진시키는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고 연기와 노래가 하나 같이 훌륭하다. 하지만 애초 ‘옥주현에 의한 옥주현을 위한 공연’이란 수식어가 붙은 여배우 원톱 공연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이들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조연처럼 움직인다. 준비한 볼거리가 너무나 많아 종종 이야기가 늘어지는데, 최첨단 시설의 빠른 무대 전환의 속도감을 쫓아가지 못해 흐름에 공백이 생긴다. 감독과 편집자가 다른 영화처럼, 공연도 정성 들여 만든 장면을 전담해서 ‘자르는’ 담당자가 필요한 게 아닐까.

촘촘한 플롯과 구성의 묘미 보단 화려한 무대와 의상, 시원하게 뽑아내는 고음의 넘버를 즐기려는 체력 좋은 관객에게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마타하리에 옥주현 김소향, 아르망에 엄기준 송창의 정택운, 라두 대령에 류정한 김준현 신성록이 출연한다. 1577-6478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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