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2014년 7월 단지 주변에 1m 높이의 철제 담장(울타리)과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 문을 설치했다. 외부인이 단지 내에서 술을 마시고 시비를 벌이는 등 범죄 우려가 있다는 주민의견 때문이었다.
설치에 앞서 용인시에 울타리 설치를 신고하고 필요한 절차도 모두 이행했다.
하지만 울타리가 들어서자 이웃한 B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통행 불편을 호소하며 반발했다. A아파트 단지에는 B아파트 주민들이 지하철 역이나 상가로 가는 길인 ‘공공보행통로’가 있는데, 울타리로 가로막혀 원래 거리(750여m) 보다 2∼3배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는 불평이 컸다.
문제가 불거지자 A아파트는 공공보행통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행로 입구 부근 울타리 6m가량을 제거했지만, 민원은 줄지 않았고 용인시는 애초 입장을 바꿔 제거조치 명령을 내렸다.
시는 “광교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상 해당 구간은 담장 설치 불허구간”이라고 뒤늦게 주장했지만, A아파트 주민들은 이에 불복해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대립한 이번 소송을 두고 법원은 사적 이익이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법 제2행정부(부장 최복규)는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용인시를 상대로 낸 담장 제거조치 명령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추상적인 공익보다 주민 ‘안전보호’라는 사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용인시가 처음에 한 담장 설치 허가처분이 법령에 반하는 취소사유가 있다고 해도, 취소권 행사는 원고의 불이익과 비교해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원고가 울타리를 설치한 것은 외부인의 단지 내 음주 등으로 안전사고가 더러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용인시가 주장하는 공익은 다소 추상적인 반면 원고의 이런 안전보호 사익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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