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견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태다. 러시아도 비슷한 사정이어서, 현재 모스크바 주변을 배회하는 유기견의 수는 약 3만5,0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중 적어도 20마리는 정기적으로 모스크바의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고 영국의 도시생활전문잡지 시티메트릭이 보도했다.
유럽에서 가장 이용자 수가 많은 모스크바 철도는 연간 승객이 20억 명이나 된다. 그런데 모스크바 지하철에는 사람만 가득한 것이 아니다. 지하철에서 생활하는 개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하철역 안이 따뜻하기도 하고, 철도 승객들이 먹을 것을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철도견’들은 어떻게 복잡한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동물전문매체 바크포스트에 따르면, 이는 개들이 가지고 있는 감지능력 덕분이다.
모스크바 지하철의 개들은 뛰어난 청각을 이용해 역마다 다른 소리를 감지하여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낸다. 이와 비슷하게 특유의 냄새를 맡아서 특정 위치를 알기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능력 역시 길을 찾는데 한몫을 해낸다.
그렇다면 이 철도견들은 어떻게 제시간에 맞춰 열차에 오를 수 있는 것일까? 오랜 시간 지하철에서 생활한 개들은 사람을 보며 언제 열차가 출발하거나 도착할지 알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은 여전히 개들이 어떻게 시간을 지각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모스크바 철도견들의 존재는 ‘공진화(共進化ㆍ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이와 관련된 생물 집단도 진화하는 현상)’의 논거가 될 수도 있다고 일부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모스크바 철도견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복잡하고 붐비는 지하철에서 사람과 개가 어떻게 한데 모여 살 수 있는가다. 이들의 공존이 놀랍기만 하다.
안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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