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이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선의와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없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셈이 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30일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를 발표하고 신자들에게 약자와 빈자에 대한 자비를 강조했다. 사목교서는 교구장 주교가 교구의 전 신자에게 보내는 공식 서한이다. 특별히 믿고 실천할 교리 등을 담는다.
올해는 병인박해(1866)로부터 150년이 되는 해다. 흥선대원군의 유교적 국가 체제 강화 과정에서 일어난 병인박해로 약 10년간 천주교 신자 색출, 처형 등이 이어졌고 약 8,000여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희생됐다. 1886년 3월 30일에는 프랑스 선교사 12명 중 베르뇌 주교, 다블뤼 주교 등 9명이 순교했다.
주교회의는 “병인박해는 한국 천주교회의 근간을 뿌리째 흔든 혹독한 시련기였다”며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분들, 특히 무명의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오늘날에도 묵묵히 신앙을 증거하는 분들을 보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박해의 역사에 대해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고통의 십자가가 얼마나 큰 은총과 영광으로 이어지는지를 깨닫게 하는 순례의 시간들”이라며 “한국 교회 안에 순교의 신앙이 면면히 흐르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주교회의는 이번 사목교서에서 특히 자비의 실천을 당부했다. 박해 시기에도 고아와 과부, 가난한 이웃 등을 돌보는 활동에 천주교회가 동참해왔으며, 이런 실천을 물려받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인 복음의 기쁨 등을 인용해 “우리가 언제나 복음의 아름다움을 적절히 드러낼 수는 없다 하더라도,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표지는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선택, 사회가 저버린 이들을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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