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 내달 대상 확대
정부, 시기 2년 앞당겨 속도전 불구
현장선 “인력, 예산 부족한데..” 난감
병실에 간병인을 없애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다음달부터 전국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과 서울에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되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병원은 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참여대상으로 본 69곳의 10분의 1 수준이다
29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다음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의사를 밝힌 병원은 부산과 인천, 충청권의 상급종합병원 3곳과 서울의 종합병원 4곳이다.
박근혜 정부의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ㆍ상급병실료ㆍ간병비)’개선정책에 따라 2013년 시작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기존 간병인이 하던 역할을 간호사에게 맡김으로써, 간병비 부담을 줄이는 제도다. 민간 간병인을 쓰면 8만원이 들지만, 간호사가 간병업무를 맡으면 환자부담이 2만원으로 줄어든다.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간호사의 간병업무 비용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인 출입을 줄여 병원 내 감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2018년으로 예정됐던 전면확대 방침을 정부가 2년 가까이 앞당겨 다음달 주요병원들을 포함, 본격시행키로 하면서 병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병원 내 감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서울의 종합병원도 다음달 참여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공공병원과 지방 종합병원들이 대상이었다.
대상병원들은 준비 부족으로 대부분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다.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5곳(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은 모두 “도입 시기나 병동 규모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시설 확충이나 간호사 인력 수급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자율 신청이긴 해도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서비스 시행을 위해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대폭 확충이 필수다. 하지만 간호사 인건비의 건보 수가반영, 병원별 최대 1억원의 시설확충 비용 지원 등 정부가 제시한 지원책으로는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병원들의 주장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내부 검토 결과 병동당 2배 가까이 간호사가 더 필요한데, 이 비용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자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건보수가로 보전하더라도 적자가 나게 돼 있다”며 “강제로 시행하지 않는 한 병원들이 앞다퉈 도입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목표는 현재 134곳인 참여 병원 수를 연내 400곳까지 늘리겠다는 것. 소요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2,382억원으로 추산된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아직 초기라 당장 다음달에는 참가 병원 수가 많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내 상급종합병원 27곳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은 필요하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나온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참여 병원 수 늘리기에 연연하기보다는 제도가 안착된 서울의료원 사례 등을 연구해 효과를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은정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제대로만 시행되면 국내 의료서비스 질이 개선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속도전식 확대가 아니라 간호사의 노동강도를 최대한 줄이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대형병원의 간호인력 수요 증가로 지방 병원들의 간호 인력유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전북 지역의 한 종합병원 병원장 이모(54)씨는 “지금도 간호사가 없어서 병동 한 곳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서울의 큰 병원들이 채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도시와 지방간 의료인력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복지부는 간호대 정원 확대로 전체 간호사 공급이 늘어나고 유휴 간호인력을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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