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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조회사실ㆍ이유 통보 없이 기자 통신정보 수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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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조회사실ㆍ이유 통보 없이 기자 통신정보 수집 논란

입력
2016.03.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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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기자 10여명 인적사항도 통신회사 통해 흘러 들어가

일반부서 파견 기자 정보도 털려

“전기통신사업법 근거” 해명 불구

정보ㆍ수사기관 오ㆍ남용 가능성

정보ㆍ수사기관의 무분별한 개인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1년간 한국일보 기자 10여명의 인적사항도 통신회사를 통해 검찰과 경찰 등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현행법에 규정된 수사 절차에서 기인한, 다시 말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테러방지법 통과 등과 맞물려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 편집국 사회부 A 기자는 최근 가입 통신사인 KT로부터 “2015년 12월 2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경찰청에 통신자료가 넘겨졌다”는 내용이 담긴 ‘통신자료 제공내역 결과통지서’를 받았다. 제공된 정보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및 해지일 등이었는데, 경찰이 이를 요청한 사유 항목에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3항’이라고만 적혀 있었다. 그는 “당시 고용노동부의 일반해고 지침 강행 논란, 대형 마트의 노동조합 탄압 등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며 노조 관계자 등과 통화한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정기관을 출입하는 B 기자의 경우, 지난해 4월 말 자신의 통신자료가 출입처에 제공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 이유를 확인하자 “조사 중이던 피내사자와 통화한 사실이 나와 누구인지 확인하려 한 것이며, 내사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건인지 등은 알려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난해 비편집국 소속 부서에 파견 근무했던 C 기자는 작년 6월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정보가 제공됐다. 하지만 검찰 수사 대상자와는 통화할 일이 거의 없는 업무여서 통신자료가 왜 넘어갔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기자들의 통신자료 제공은 수사기법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의 통화내역을 조회해 보면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통화시간 등만 알 수 있기 때문에, 통화 상대방을 특정하기 위해 해당 번호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통신사에 요청해 파악한다. 기자에 초점을 맞춰 통화내역 조회를 한 것은 아니어서 ‘언론인 사찰’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통신자료가 조회된 당사자들이 수사기관이 자료를 요구한 ‘진짜 이유’를 알 길이 없어 적절한 수사인지, 악용의 소지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넘어갔는데도, 통신사에 조회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도 불합리한 일이다. 조회한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는지도 알 수 없다. 검ㆍ경은 “사건에 직접 관계가 없는 자료들은 모두 폐기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관련 지침 자체가 없어 그대로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통신사는 순순히 가입자의 정보를 내주고, 해당 정보의 사후관리도 불확실한 지금의 관행은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경찰 등이 수사와 무관하게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고 수집하고 축적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며 “특히 조회 후 대상자에게 결과를 통보해 주는 제도 자체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계좌추적은 실시 후 최장 1년 이내에, 통화내역 조회는 사건 종결 후 30일 안에 대상자에게 그 결과를 통보해 주는 것처럼, 보완장치를 마련해 정보ㆍ수사기관의 오ㆍ남용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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