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일승 오리온 감독. /사진=임민환 기자
"우승하면 원 없이 울고 싶었다. 그런데 점수 차가 많이 나서 울음도 안 나왔다."
감독 11시즌 만에 첫 우승을 경험한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이 멋쩍게 웃었다. 추 감독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챔프전 우승을 확정한 뒤 "KTF 감독직을 마치고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또 감독을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농구가 나한테는 많은 기회를 준 것 같다"며 "올 시즌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 이승현이 2년차 답지 않게 해준 것을 보면서 이번 시즌 우승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선수들이 정말 잘 해냈다. 좋은 선수 잘 만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감독으로 첫 우승을 거둔 소감은.
"원 없이 울고 싶었는데 점수 차가 많이 나서 울음도 안 나왔다. KTF 감독직을 마치고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또 감독을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적어도 농구가 나한테는 많은 기회를 준 것 같다. 이승현이 2년차 답지 않게 해준 것을 보면서 우승을 이번 시즌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헤인즈가 중간에 다쳐 굴곡이 있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하면 되겠다 생각했다. 선수들이 정말 잘 해냈다. 좋은 선수 잘 만났다."
-빅맨 없는 농구로 우승했는데.
"프로아마 최강전 우승으로 자신감을 갖게 해줬다. 이 대회 타이틀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지만 우승이라는 것을 맛봐서 갈증을 느꼈던 부분이었는데 해결했다. 시즌 초반 우리가 하는 농구가 성적이 잘 나와 신뢰 갖고 자부심을 가졌다. 빅맨이 없더라도 그 역할을 승현이가 잘해주기도 했지만 우리가 재미 있는 농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미국에서도 스몰볼이 트렌드라는 것을 떠나서 스몰볼 농구는 가진 선수를 극대화 위한 선택이었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은.
"사실 (4강)모비스전이 까다로웠는데 선수들이 팀 디펜스를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이 정도 조직력이면 어느 팀이라도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공격의 팀이기 때문에 수비까지 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감독으로서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가.
"지나봐야 알겠다. 유재학 감독이나 신선우 감독님은 우승을 많이 했는데 나는 이제 처음이라 그런 말을 하기 싫다."
-농구계 비주류로 큰 성과를 냈는데.
"원래 술을 싫어한다(웃음). 오리온이라는 팀에 왔을 때 선수단 구성이 문제가 아니라 팀의 전체적인 구조를 바꿔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변화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상위권 도약 못하기 때문에 기간이 필요했고, 기존 사고방식을 깨려고 했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중간에 좋은 코치들을 만났다. 항상 두 가지 주류냐 비주류냐, 우승했냐 못했냐 이게 따라붙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다만 과정을 부끄럽지 않게 했다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연고대 안 나온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서 살고 있고, 죽을 때까지 우승 못하더라도 과정만 좋다면 자식이나 누구한테도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들을 만나 두 배로 기쁘다."
-오리온 왕조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선수들 연봉을 많이 올려줘야 한다(웃음). 우승 맛을 봤기 때문에 못 잊지 않을까. 선수들이 자꾸 달려들 것이다. 우승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선수들이 될 것이다. 매 시즌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필요한 건 챔피언을 지키기 위한 자존심이다."
-에밋 수비 방법을 설명해준다면.
"두 가지다. 하나는 특정 선수가 도움 수비를 준비하고 있다가 들어가는 것, 두 번째는 선수들이 로테이션 하면서 수비를 하는 것이었다. 오늘은 첫 번째 말했던 건데. 선수들이 빨리 트랩에 들어가면서 에밋의 생각할 시간을 줄였다."
-본인만의 농구 철학이 있다면.
"기아자동차에서 선수 하고, 매니저 생활하고 느낀 것이 있다. 잠재력 있는 친구들이 많이 못 뛰는 것을 봤다. 그걸 살려주고 싶었다. 주인공들이 경기 시간을 많이 지배하면 수비도 그렇고 공격도 그렇고 재미 있는 농구가 안 된다. 될 수 있으면 기회를 못 받는 선수들을 뛰게 해주고 싶었다. 한 두 선수에만 의존하면 이들이 다칠 때 팀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식스맨도 공수 모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모든 것은 수비가 전제돼야 한다. 조직력만 갖춰진다면 공격은 아무렇게나 해도 일정 득점은 나올 것으로 본다. 그래서 모비스전도 잘 됐고, 우승 생각도 들었다."
고양=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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