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사모펀드가 최고가 썼을 것”
“당국 조율 나섰을 수도” 해석 분분
올해 증권업계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하루 연기됐다.
매각주간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은 29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는 30일 오전에 최종 발표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날 오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 발표가 예정됐지만 “내부 절차 및 최종보고가 늦어지면서”(EY한영 관계자) 연기됐다는 설명이다. 앞선 지난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매각 지분 22.56%(현대상선 22.42%ㆍ기타주주 0.13%) 본입찰에 한국금융지주, KB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곳이 참여했다.
입찰자들이 제시한 가격 비교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선정이 연기된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는 온갖 해석이 쏟아졌다. 액티스가 의외로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매각자 측이 가격 외 항목에 대해 좀더 많은 검토를 할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들 3사는 우선 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준가격을 모두 웃도는 7,000억~8,000억원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액티스 측이 예상과 달리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내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금융과 KB금융의 2파전이 예상됐던 상황에서 액티스가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냈다면 비가격적인 요소를 신중히 따져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국계 자본이어서가 아니라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매각가격 못지않게 자금 조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인수가 불허되거나 우선협상대상자가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원점에서 현대증권 매각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이 경우 현대증권을 매각한 자금으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던 현대그룹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실제 작년 10월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가 ‘파킹딜’(Parking Dealㆍ지분을 매각한 후 일정시간 뒤에 다시 사오는 계약) 논란으로 현대증권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사모펀드의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매각 주간사에서 입찰가격 외에 자금조달능력이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가능성까지 고려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선정 연기가 액티스보다는 한국금융이나 KB금융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조율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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