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올림픽 썰매종목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연간 적자가 14억 원에 이를 것이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올림픽이라는 잔치를 치른 뒤 거액의 빚이 ‘유산’으로 남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강원발전연구원이 내놓은 용역 보고서를 보면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의 연간 운영비는 트랙 전기료(10억7,045만4,000원)와 얼음을 만들기 위한 상하수도 비용(6,799만2,000원) 등을 합쳐 모두 20억4,660만2,000원이다.
연구원은 동계올림픽 이후 국내외 국가대표급 선수 1만61명과 체험관광객 1만6,500만 명 등 연간 3만4,625명이 슬라이딩센터를 찾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통한 운영수익은 6억5,542억5,000원. 결국 연간 13억9,117만7,000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강원발전연구원의 설명이다. 경기장 유지관리 비용에 비해 썰매 스포츠 등에 대한 수요가 아직은 엷은 탓이다. 이날 강원도와 강릉시, 대명그룹이 아이스하키 팀 창단에 합의하면서 올림픽 이후 활용방안을 도출한 강릉하키센터 등 타 경기장과 대조적이다. 연구원은 “올림픽 이후 슬라이딩센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재원확보 방안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건설에는 이미 1,228억 원의 혈세가 들어갔다. 경기장 관리를 맡아야 할 강원도 입장에선 올림픽 이후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당해야 할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체험상품을 개발하고 ‘드라이빙 캠프’운영, 국제대회 유치 등을 올림픽 이후 수익확보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봅슬레이의 경우 장거리 장비운송 비용이 수 천만 원에 달한다. 이런 비용과 컨디션 조절 문제 등으로 선수들이 장거리 이동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썰매종목의 월드컵 시리즈가 유럽이나 북미에서 치러지는 도중 국제대회를 평창에서 유치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 가운데 하나로 체험상품을 만든다고 하는데, 전문 선수에게도 위험한 고난위도 트랙에서 숙련이 덜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는 이벤트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는 또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를 태릉 국제스케이트장과 같은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롯해 수탁관리자를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 올림픽 레거시(Legacy) 펀드를 조성한 뒤 이자로 경기장을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국비지원이 필요해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여전히 의문이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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