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향하던 이집트 국내선
납치범이 “자살폭탄 입고 있다”
기장 협박해 키프로스에 착륙
6시간 대치 끝 체포
이집트 공항 보안 논란
29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에서 항공기 피랍 사건이 발생해 전세계가 한때 테러 공포에 빠졌다. 하지만 이혼한 부인을 만나겠다는 승객의 무모한 행동이 빚은 해프닝으로 밝혀지면서 지구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집트 민간항공부 관계자는 이날 아침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국내선 여객기가 공중납치돼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집트항공에 따르면 이날 알렉산드리아에서 이륙한 이집트항공 MS181편 에어버스 320에 타고 있던 납치범은 자신이 자살폭탄을 장착한 허리띠를 하고 있다며 기장을 협박해 키프로스로 기수를 돌리게 했다. 피랍된 항공기는 이날 오전 8시50분쯤 라르나카 공항에 착륙했고 납치범은 기장 등 승무원을 제외한 여성과 어린이 등 대부분 승객을 석방했다.
이후 납치범은 6시간 동안 키프로스 당국과 대치하며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체포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납치범은 기장 등 승무원 4명과 승객 3명을 끝까지 인질로 잡고 있었으나 일부 인질들이 비행기 창문을 통해 탈출하자 두 손을 들고 내려와 키프로스 반테러 경찰요원에 항복 의사를 밝혔다. 이집트 당국은 납치범을 이집트인 세이프 엘딘 무스타파라고 확인했지만 정확한 신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 초기 테러범 소행일 수도 있다는 추측으로 전 세계 언론은 피랍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납치범은 개인적인 의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키프로스 관영 라디오에 따르면 납치범은 키프로스에 거주하는 이혼한 부인을 만나기 위해 항공기를 납치했으며 키프로스로의 망명을 요구했다. 목격자들에 의하면 그는 아내를 향해 쓴 아랍어 편지를 비행기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 오미로스 마브롬마티스 키프로스 외교부 위기관리센터장은 미국 방송 CNN에 “납치범은 요구사항을 계속 변경했으며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사건 정리 후 키프로스 당국의 조사결과 납치범은 폭탄을 차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집트 여론은 지난해 10월 이집트 샤름알셰이크공항에서 출발한 러시아 여객기가 테러집단 이슬람 국가(IS)의 폭탄 공격을 받고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해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납치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집트 공항당국의 허술한 보안이 다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사잔 고헬 아시아태평양재단 국제안보국장은 CNN에 “공중 납치는 폭탄 테러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아주 고전적인 테러 방식”이라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