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평균수명까지 살 때 남성의 38%, 여성의 35%가 암에 걸리게 된다. 때문에 암을 극복한 뒤 어떻게 건강을 관리할지 중요하다. 특히 평생 건강의 안전벨트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혜진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을 앓고 있거나 완치된 경우라도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병에 취약해지므로 암 경험자는 예방 접종을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전에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일부 백신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떨어져 추가 접종해야 한다. 또 새로 개발된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해외 여행 등 특수상황에 맞게 예방접종을 추가해야 한다.
암 경험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함께 접종하면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암 경험자에게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예방접종은 폐렴구균, 대상포진, 파상풍ㆍ디프테리아ㆍ백일해 등이다. 겨울철에는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이 거의 필수적이다.
폐렴구균은 상대방의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옮거나 본인의 균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 폐렴을 가장 흔하게 일으키며 뇌수막염, 균혈증 등 중증질환도 유발한다. 13가 백신(프리베나) 1회, 23가 백신(프로디악스, 뉴모23) 모두 접종 가능하다. 23가 백신의 경우 65세 이전에 접종하고 5년이 넘으면 1회 다시 접종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 다시 활성화해 발병한다. 작은 발진 및 수포가 신경분포를 따라 생기며 아주 아프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후유증도 심각하다. 60세 이상에게 예방접종이 권장되며 50세부터도 접종 가능하다. 그러나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생백신이므로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중이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치료 2주 전부터 치료 3개월 후까지 암환자와 가족 모두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접종하려면 향후 치료계획 등에 대해 먼저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는 한 번 예방접종으로 동시에 막을 수 있다. 파상풍은 상처를 통해 감염되며 발병 시 근육 경직 등의 증상과 통증이 생기고 사망률이 높다.
비인두염 및 후두기관지염을 유발하는 디프테리아는 나이 들거나 질병을 앓은 뒤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면 주의해야 한다. 백일해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주로 보이는데, 최근 성인에서 감염이 늘어나는 추세다.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는 가족 감염도 흔하며, 어린이의 사망 위험성이 높다.
이 교수는 “암 경험자는 독감 예방접종 때도 ‘불활성화 백신’을 맞는 것이 좋고, 가족의 경우 생백신을 맞더라도 문제 없는 것으로 돼 있지만 가능한 한 불활성화 백신을 맞는 것을 더 추천한다”고 했다. 생백신을 맞은 가족 구성원은 안전을 위해 2~6주 면역이 저하된 암 경험자와 떨어져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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