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왕지마을. 남해군 제공
산야에 꽃 피니 봄이 온 거다. 꽃밭에 발 들이면 사람이 참 순해진다. 꽃구경에 눈이 맑아지고 마음도 꽃처럼 화사해지니 미움과 다툼이 자리잡을 틈이 없다. 그래서 봄 되면 꽃 한번 봐 줘야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봄꽃 참 예쁜 여행지를 4월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했다. 입이 즐거울 제철 먹거리까지 곁들였다.
■ 벚꽃 부려진 꿈 같은 섬…경남 남해
벚꽃 명소 꼽을 때 경남 남해 빼놓으면 서운하다. 남해의 '왕지벚꽃길'을 찾아가 보면 이유 알 수 있다. 하동과 남해 잇는 남해대교 건넌 다음 남해읍으로 향하다 노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 틀면 벚꽃길이 나타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 서린 충렬사에서 약 4km 구간에 왕벚나무 1,000여 그루가 줄지어 섰는데 그림처럼 곱다. 벚꽃 사이로 바다가 살짝살짝 드러나는데, 이 풍경 보고 있으면 도시생활의 생채기가 절로 아문다.
하나 더 추가하면, 남해읍 장평소류지를 메모해 둔다. 노란 유채꽃도 있고 탐스러운 튤립도 가득한, 현지인들의 인기 산책 장소다. 물오리들이 꽃밭 가르며 무리 지어 헤엄치니 풍경이 어찌나 평화로운지 보기만 해도 마음 절로 차분해진다.
지족리에 있는 죽방렴도 구경한다. 대나무 그물이 죽방렴이고, 이를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잡는 멸치가 그 유명한 죽방멸치다. 육질 탄탄하고 쫄깃하며 기름기 적어 고급 멸치의 대명사로 불리는 바로 그 멸치다. 남해 곳곳에 멸치쌈밥 내는 음식점 많다.
▲ 배꽃터널. 영동군 제공
■ 하얀 배꽃 흐드러진 충북 영동
4월이면 충북 영동 떠올린다. 하얀 배꽃과 분홍빛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벚꽃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한 매력이 있는 꽃들이다. 영동은 추풍령 자락에 있다. 일조량 풍부하고 일교차 커 과일 농사가 잘 된다. 배와 복숭아도 유명하다. 특히 매천리 일대는 기억한다. 영동에서도 배꽃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낮은 구릉에 배나무가 천지, 4월 중순부터 '꽃대궐'이다. 중간중간 복숭아꽃도 활짝 핀다. 둘의 조화가 어찌나 고운지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 따로 없다. 게다가 매천리 배밭은 이름난 관광지가 아니라 농부들이 수확을 위해 가꾸는 삶의 현장. 시골 풍경과 어우러진 배꽃은 그래서 더 멋지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주인에게 양해 구하고 배꽃 터널 걸어본다.
영동에 가면 '도리뱅뱅이'는 먹어본다. 금강에서 잡은 피라미를 묽은 반죽에 담그고 밀가루를 덧바른 후 프라이팬에 튀긴 음식이다. 프라이팬에 둥글게 놓인 피라미를 보면 이름의 의미 알 수 있다. 각종 민물고기로 끓여낸 어죽도 별미다.
▲ 맹방유채꽃마을. 삼척시 제공
■ 바다 배경 노란 유채꽃 화사한 강원 삼척
유채꽃은 제주도에만 있지 않다. 강원도에도 흐드러지게 핀다. 삼척 근덕면에 맹방유채꽃마을이 있는데 해마다 4월이면 유채꽃축제가 열릴 만큼 장관이다. 올해 축제는 4월 8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벚꽃 구경도 할 수 있다. 유채꽃밭 들머리에 약 4.2km의 벚꽃길이 펼쳐진다. 하얀 꽃터널 끝에 '짠'하고 나타나는 거대한 유채꽃밭. 맞닥뜨리면 눈이 번쩍 뜨인다. 노란 꽃밭 너머는 푸른 바다. 원색이 빚어내는 '봄 빛깔'이 이토록 화사하다. 유채꽃밭은 4월 30일까지 개방한다. 이러니 축제 인파 피해 구경가도 된다. 삼척해변에서 삼척항까지 이어진 새천년해안도로 드라이브는 기분 좋은 덤이다. 풍경 참 예쁘고 비치조각공원, 소망의탑 등 볼거리도 많다.
허기는 곰치와 묵은 김치 넣고 푹 끓인 곰치국으로 채운다. 칼칼한 국물 맛도 좋고 살살 녹는 살점도 부드럽다. 이웃한 경북 울진이나 영덕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대게도 있으니 기억한다. 정라항 인근에 대게 거리가 있다. 여기서 곰치국도 흔히 만날 수 있다.
▲ 김천자두꽃축제. 한국관광공사 제공
■ 자두꽃 향기 코를 찌르는 경북 김천
농소면에 이화만리 마을이 있다. 일대에 자두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자두꽃 향이 1만리를 간다'고 붙은 이름이다. 4월 9일에는 일대에서 자두꽃축제도 열린다. 김천은 자두 산지로 유명하다. 생산량이 많고 품질도 뛰어나기로 명성 자자하다. 그래서 자두꽃도 많다. 자두꽃은 3월말 꽃을 피워 4월이면 절정에 이른다. 생긴 것은 매화랑 비슷해 희고 앙증맞으며 꽃잎 다섯장과 샛노란 수술을 달렸다. '오얏꽃'이라고도 하는데, 오얏은 자두의 옛말이다.
농소면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지례면에 흑돼지 전문 식당 15곳이 모여 있다. 일대는 예부터 몸집 작고 털빛 검은 토종 흑돼지 원산지로 유명했다. 이게 참 별미다. 육즙 풍부하고 고소한 맛도 일품이다. 연탄불에 구워주는 고추장불고기는 적당히 단맛과 매운맛에 불 맛이 더해져 밥도둑이 따로 없다.
▲ 고려산 진달래군락. 인천광역시 제공
■ 분홍빛 '진달래산'…인천 강화 고려산
고려산은 '진달래산'이다. 북쪽 산등성이를 따라 진달래 군락이 형성돼 있는데 봄 되면 마치 분홍빛 융단 깔린 듯 화려하기 그지 없다.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등산 코스는 5개다. 1코스는 고인돌광장, 2코스는 국화리 마을회관, 3코스는 고비고개, 4코스는 고천리 마을회관, 5코스는 미꾸지고개에서 출발해 각각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등을 거쳐 정상으로 오른다. 이 가운데 사람들 즐겨 이용하는 곳은 1코스다. 약 1시간 20분 걸으면 닿는다. 고려산진달래축제는 4월 12~26일 고인돌광장과 고려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축제 기간 진달래 체험전, 사진전, 엽서전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고 강화도 특산 먹거리도 선보인다.
요즘 강화 별미 꼽으라면 밴댕이회무침과 주꾸미연포탕이다. 주꾸미는 제철 맞아 알이 통통하게 뱄다. 조개와 새우, 버섯, 두부 등을 넣고 끓인 국물에 산 주꾸미를 통째로 넣어 익히는데, 보드랍고 야들야들한 식감이 단숨에 미각을 사로잡는다. 밴댕이회무침 곁들이면 금상첨화. 밴댕이 역시 봄에 잡힌 것이 가장 맛있다.
▲ 강진의 한정식. 한국관광공사 제공
■ 남녘 바다에 핀 진달래…전남 강진
남도에도 진달래 유명한 산이 있다. 주작산과 덕용산이다. 주작산과 덕룡산은 봉황이 강진만을 향해 날아오르는 형상이다. 주작산이 봉황의 머리, 덕룡산 능선이 왼쪽 날개, 오소재로 이어진 암릉이 오른쪽 날개다. 봄 되면 양 날개 격인 능선에는 기암괴석 사이로 진달래가 붉다.
주작산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코스를 따라 진달래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휴양림을 중간 기착지로 삼으면 소석문-덕룡산-휴양림(숙박)-주작산-오소재 코스가 좋다. 휴양림에서 묵고 떠난다면 휴양림-오소재 암릉 코스가 제격이다. 가족끼리 부담 없이 산행 즐기고 싶다면 휴양림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코스가 알맞다. 주작산자연휴양림 명소인 흔들바위를 지나 덕룡봉에 올랐다가 작천소령을 거쳐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약 2시간쯤 걸린다.
강진은 한정식이 이름났다. 유명한 식당도 많고 어느 식당이나 수준 높은 한정식을 낸다. 강진의 산과 들판, 바다와 갯벌에서 나는 산물들이 상 위에 가득히 선보인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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