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9일 고향을 찾아 “인생의 졸업을 의미하는 졸수(卒壽ㆍ90세)에 이르러 인생무상을 느낀다”며 “제가 죽더라도 내 고향인 부여에 뼈를 묻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충남 부여군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가락종친회장 이취임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김 전 총리는 이날 행사에서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그는 “1963년 정계에 첫 발을 디딘 후에 ‘먼 훗날 죽으면 내 고향 부여에 뼈를 묻을 것’이라 약속했다”며 “국가유공자로서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도 영광이겠지만 군민 여러분께 약속한대로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유택을 마련했고 거기에 누울 작정”이라고 밝혔다.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는 지난해 별세한 김 전 총리의 부인인 박영옥 여사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 최근 부모의 묘소도 이 곳으로 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축사 말미에 “제 처는 이미 가 있고 이제는 제가 갈 차례가 머지 않았다”며 “고향에 금의환향한다는 말도 있지만 죽어서 고향에 묻히는 영광이 보장된 것도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해 참석자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2월 박 여사가 세상을 떠나자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나는 마누라하고 같은 자리에 눕고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다”며 “부부가 같이 현충원에 가는 건 대통령이나 된다고 해서 국립묘지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4ㆍ13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충남 공주ㆍ부여ㆍ청양에 출마한 정진석 전 의원이 김 전 총리의 휠체어를 끌며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3선인 정 전 의원이 2014년 6ㆍ4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출마할 당시 김 전 총리가 “정 후보는 내가 못 다한 일을 해낼 인물”이라고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특히 정 전 의원의 선친 정석모 전 내무장관은 김 전 총리와 공주고 19회 동기로 자민련 창당 당시 각각 부총재와 총재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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