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게당 배상금 산정 72만원
2심, 화물 실제가치 따라 2111만원
3심, 미가입국 경우, 업체 약관대로
항공운송업체의 화물 분실로 손해를 본 업체가 낸 소송에서 재판부마다 화물운송 관련 기준이 달리 판단하면서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방산업체 M사가 운송업체 DHL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1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 보냈다고 29일 밝혔다.
M사는 2011년 9월 DHL코리아와 아이티에 파병된 우리 부대에 광파거리측정기 2세트가 담긴 상자 4개를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DHL코리아 측이 주 장비(2,000만원 상당)가 담긴 상자 1개를 분실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손해배상액을 우리나라가 2007년 가입한 국제항공운송 협약인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산정할지 여부였다. 몬트리올 협약은 실제 운송인에게 화물의 실제 가치를 신고하고 추가요금을 지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1㎏ 당 19SDR(IMF인출권)만을 배상하도록 하고 있는데, 22.2㎏이었던 분실화물에 대한 배상금을 환산하면 72만여원에 불과했다.
몬트리올 협약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 1심은 분실 사고를 이유로 M사가 지불하지 않은 운송료와 72만원 상당의 배상액이 상계된다고 판단, M사는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패소했다. 반면 2심은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계약 체결시 M사가 실제 가치를 고지하고 추가 요금을 물었다며 DHL코리아의 책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M사에 2,111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다. 대법원은 “국제항공운송계약에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되려면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협약 당사국이어야 한다”며 “출발지인 대한민국은 당사국이지만 도착지인 아이티는 당사국이 아니므로 협약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M사의 입장에서 볼 때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 몬트리올 협약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DHL코리아의 자체 약관에 따라 배상액이 1심에서 주문한 72만원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DHL코리아의 약관에 따른 해당 분실물의 책임제한액은 555달러(58만6,000원 상당)다. 대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심에서 몬트리올 협약 적용을 배제한 후 약관의 적용범위, 특별화물 신고에 따른 추가요금 지급 여부 등이 다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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