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편성 가이드라인 확정… 17조원 구조조정
누리과정 미편성 지자체엔 재정적 불이익 주기로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재량지출(정부의 뜻에 따라 규모ㆍ대상을 조정할 수 있는 예산) 중 10%를 줄여, 여기서 발생하는 17조원 가량의 재원을 일자리 사업이나 신성장 동력 사업에 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이 지침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내년 예산안을 짤 때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이다. 각 부처는 5월 31일까지 이 지침대로 만든 예산요구서를 기획재정부에 내야 한다.
정부는 우선 각 부처별로 기재부에 예산을 요구할 때 재량지출 규모의 10%를 구조조정하도록 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전체 예산 386조원 중 재량지출은 53%이고 의무지출(지출 근거가 법령에 명시되어 편성권자가 자의적으로 증감할 수 없는 예산)이 47%에 달한다. 재량지출 203조원 중 인건비 등을 빼고 조정이 가능한 재량지출이 약 168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17조원의 예산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렇게 조성된 재원을 일자리 사업과 성장잠재력 확충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량지출 중 임금 등 고정지출을 뺀 사업비 위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예산 총량을 줄인다기보다는 효율화하자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지침에는 또 선심성 복지사업을 하거나 누리과정(3~5세 교육ㆍ보육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게 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지방교육청과 마찰이 발생했던 점을 감안해, 지자체(교육청)들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의무경비로 편성하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현재 의무경비로 지정만 돼 있고 이행장치가 없어 논란이 많다”며 “의무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고 보조금을 3년 이상 받은 사업은 폐지를 원칙으로 하고, 계속하려면 연장 여부 평가를 거치도록 했다. 이밖에 재정당국(기재부) 등이 현장조사를 통해 예산 사용 실태를 직접 점검하는 내용도 지침에 포함됐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예산 절감 의지가 현실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재량지출 10% 절감’을 내세웠지만, 이미 벌여 놓은 사업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실제로는 1~2%를 줄이는 수준에 그친 적이 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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