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11년 동안 살아온 아내에게 청혼하면서 이 금메달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26일 폐막한 프랑스 보르도 제9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박정우(41)씨는 28일 파리 시내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상의 기쁨을 아내와 나누고 싶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컴퓨터 조립’부문의 금메달을 획득한 박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온 강직성 척추염과 류머티스성 관절염으로 인해 온몸이 굳어졌고 이후 줄곧 장애인으로 살아왔다. 발병 후 2년 동안 침대에 누워 지내야 했던 그는 “폐가 딱딱해지면서 숨을 쉬기도 어려워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박씨는 휠체어에 의지한 지체장애 2급의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지만 국립재활원에서 1년 동안 재활치료를 받은 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장애인 직업 교육을 받으면서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직업능력개발원을 나온 후 장애인직업재활회사인 무궁화전자에 입사한 그는 전자부품을 수리하면서 컴퓨터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다. 이후 독학을 통해 2011년 서울 장애인기능올림픽에 나선 그는 ‘개인용 데이터베이스’부문에서 금메달을 땄다. 박씨는 “회사에서 일하다 우연히 아내를 만났다”라며 “자재부서에서 엑셀프로그램을 쓰게 되자 내게 사용법을 물어와, 답변해주기 위해 혼자 공부하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아내와의 인연도 컴퓨터와 무관하지 않음을 털어놓았다.
장애인기능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면 동일한 종목으로 다음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때문에 그는 2011년 입상 종목을 뒤로한 채 2016년 대회에선 ‘컴퓨터 조립’부문으로 참가하게 됐다. 박씨는 무궁화전자에서 일하는 동안 컴퓨터를 잘 모르는 장애인들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조립의 기초를 다졌지만 지난해 이번 대회 선발전을 힘겹게 통과한 후 줄곧 두 번째 금메달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합숙 훈련 기간에는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컴퓨터 조립 분해 등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현재 에스원 CRM콜센터에서 일하는 박씨는 올해에 아내와 지각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물론 이번에 딴 금메달은 청혼 선물이다. 그는 “한동안 처가에서 결혼을 반대해왔지만 이제 양가 모두 결혼을 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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