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동지점 지점장ㆍ부지점장 어음 관련 사기 혐의로 대법원 유죄 확정
우리은행 측 “부도 책임 은행에 묻는 것은 과도… 민사 판결 지켜봐야”
일본 헬로키티 캐릭터를 한국에서 독점 판매하던 한 중소기업이 2011년 부도를 맞은 사건과 관련해 부도의 책임이 우리은행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은행은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이 법원 판결을 앞두고 무리한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은 2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은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적극적인 피해 회복 조치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부도가 난 업체는 1990년 설립돼 헬로키티를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던 지원콘텐츠라는 중소기업. 지원콘텐츠는 그러나 일본 업체와 사업 분쟁을 겪으며 헬로키티 판권을 잃었고 2011년 11월 2억5,000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하고 1차 부도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부도의 주된 책임이 우리은행에 있다는 것이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의 주장이다. 1990년대부터 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과 거래했던 지원콘텐츠는 2011년 11월초 일본 업체와 분쟁으로 자금 압박을 받자 우리은행 학동지점에 7억7,900만원의 약속어음을 맡기는 대가로 일부 할인된 금액을 당겨 받아 사업 자금에 쓰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원콘텐츠에 자금을 주지도, 약속어음 원본을 반환하지도 않았다. 이후 지원콘텐츠는 같은 해 11월23일 부도 처리가 됐다.
이후 지원콘텐츠 측은 우리은행 학동지점의 지점장과 부지점장을 경찰에 고소했고, 지난해 대법원은 이들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확정해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어음 할인을 못 해주겠으면 어음 원본이라도 곧바로 지원콘텐츠에 돌려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점이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은 “우리은행의 사기 사건으로 지원콘텐츠가 부도 처리된 것은 물론, 이 업체와 거래를 했던 거래업체 수백여 곳도 연쇄적으로 부도 위기를 맞았다. 당시 유망 중소기업인 지원콘텐츠 주식을 샀던 주주 430여명도 부도로 모든 주식이 소각돼 큰 고통을 겪었다”며 우리은행에 책임을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은 적반하장 격으로 피해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원콘텐츠의 상거래채권단과 주주들이 지난 2월23일부터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데, 우리은행이 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도 학동지점의 불법 행위는 인정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처음에는 지원콘텐츠 측에 어음 원본을 찾아가라고 했는데, 그쪽에서 찾아가지 않았다”면서도 “이후에는 규정을 어기고 고의적으로 어음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맞다”고 전했다. 지원콘텐츠의 경영 악화로 이 업체가 우리은행에 지고 있던 수십억원대 대출 채무의 변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우리은행이 가진 채권을 최소한이나마 보전하려고 급한대로 어음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원콘텐츠 부도의 주 원인이 할인어음 미반환에 있는 지는 현재 진행 중인 민사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우리은행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원콘텐츠는 헬로키티 캐릭터 판권을 잃어 어음 거래 이전에 이미 경영이 악화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불법 행위가 명백한데도 민사소송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은행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국캐릭터산업협동조합은 비판한다. 이 단체는 이광구 행장의 공식 사과 등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이들이 수석부행장급인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임원의 면담 요청은 외면한 채 오직 은행장 면담만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소송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등 민원 해결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지만, 관련 단체가 이런 노력은 외면한 채 여론몰이와 업무방해를 계속한다면 결국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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